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보도자료

개막미사 강론(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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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7-02-09 ㅣ No.20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개막미사 강론 (2007.2.9)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하느님의 크신 은총으로 감격스럽게도 우리나라 서울에서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을 시작하는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병자의 날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시지만, 대신 특사를 보내주시고, 언제나 앞장서서 가난하고 아픈 이들,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계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교황님의 뜻대로 우리 교회를 통하여, 우리나라 사회가 보다 더 세상의 병들고 아픈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한 봉사에 투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 우리 자신부터 변화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이번에 교황님의 특사로 한국 땅을 방문해주신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장이신 하비에르 로사노 바라간 추기경님과 사절단을 한국 천주교회를 대신해서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 미사에 함께하고 계시는 여러 주교님들과 사제들과 교우들 모두에게 주님 안에서 평화와 축복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거룩하고 성대한 행사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좋은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교우 여러분의 많은 기도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이번 병자의 날 행사가 교회 내 뿐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가서 세계의  모든 병자들과 의료진, 병자를 돌보는 모든 이들에게 큰 보람과 희망을 갖는 축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92년 5월 13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도록 제정했습니다.

 

'세계 병자의 날'을 제정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톨릭 의료 기관들이 병자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로 하여금 특별한 방식으로 보건 사목에 투신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습니다.

 

사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 의료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많은 풍요로움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과학 기술의 발전이 풍요롭게 해야 할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는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인간 존엄성의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오늘날 우리 교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목 대상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보다 물질이나 재물의 가치가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번 병자의 날 행사가 가치관의 올바른 정립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현대는 생명 존중을 위한 가치관과 양심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 가톨릭교회는 세포치료 분야에서 난치병 치료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그래서 생명 윤리차원에서 생명 파괴의 위험성이 전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지하고 후원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성체줄기 세포의 연구가 좋은 열매를 맺어 불치병으로 인하여 고생하는 모든 병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빛과 희망을 주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치유자이신 우리 주님께서는 병으로 고생하는 모든 환우들은 물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와 함께 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병자들은 생명 존엄성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주제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영성적, 사목적 돌봄'입니다. 인간의 생명이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선포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교회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도 이번 병자의 날 담화문에서 병자들을 위로하며 그들이 고통의 참 의미를 깨달아 고통의 그늘에 눌려 있지 말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서울 대회의 성경 말씀을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할 것입니다”(야고 5,15)로 정하였습니다. 예수님은 항상 치유를 받은 이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하셨습니다(마태오 9,22). 사실 믿음이 없이는 치유도 구원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 우리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믿음입니다. 병든 몸으로 힘든 가운데에서도, 그분께 나아가 전적으로 의탁하고 믿기만 하면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님께 데려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의 병을 고쳐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에파타”, 곧‘열려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에파타”, 곧 마음을 열고 닫힌 눈과 귀를 열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치유자이신 그리스도께 믿음을 지닐 때, 우리 인간은 작은 병에서 죽음에 이르는 중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불행에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이번 병자의 날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해서 여러 가지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우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병자들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의 고통에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의료진의 연구도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의 가난하고 병든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 대한 이웃사랑의 마음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실 세계에는 가난한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 동포인 북한에도 가난하고 굶주리고 병든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들의 현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루 빨리 개선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통해 하느님 사랑의 손길이 북한의 우리 동포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병자의 날은 전문가들의 여러 차례의 모임과 학술대회, 사목 회합과 전례 예식이 거행됩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교회가 여러 가지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또한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해주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여러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을 격려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지속적으로 병자들을 위해 정의로운 사회 정책들이 수립되도록 사회에 호소하고 정부에 요청해야 합니다. 물론 교회 스스로도 인간이 병과 죽음까지도 품위 있게 견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2007년 열다섯 번째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모든 이의 관심을 여러 환우들에게 모으고자 합니다.

 

또한 생명존중의 올바른 가치관이 분명하게 성립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럴 때 이번 세계 병자의 날을 통해 우리 모두는 환우들과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적으로도 더욱 성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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