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계 병자의 날 담화문

제4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문

인쇄

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7-01-29 ㅣ No.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제4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1996년 2월 11일)

 

병자 보호의 모범이신 마리아


1. “그 병이나 다른 어떤 불행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아라. 네 어머니인 내가 여기 네 곁에 있지 않느냐? 너는 내 그늘 아래 보호받고 있지 않느냐? 내가 너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지 않느냐?” 1531년 12월, 한 미천한 원주민인 쿠아우틸란의 후안 디에고가 성모님께 그의 친척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청했을 때, 그는 오늘날 과달루페라고 불리는 테페약 언덕 기슭에서 성모 마리아에게서 이 말씀을 들었습니다.
멕시코교회가 과달루페 성모상 대관식 백주년(1895-1995)을 기념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멕시코시티의 이 유명한 성지가 1996년 2월 11일 세계 병자의 날을 성대히 거행할 장소로 선택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날은 “인류 역사에서 2000년 대희년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롭게 각성시키는”(「제삼천년기」, 31항) 그리스도교 제삼천년기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1994-1996)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교회는 확신에 찬 눈길로 우리 시대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금세기 말의 희망의 징표들” 가운데서 “과학 기술과 특히 인간 생명에 봉사하는 의학의 진보”를 인정합니다(같은 곳, 46항). ‘병자의 구원’이신 동정 마리아의 현존으로 빛나는 이러한 희망의 표징 아래 제4차 세계 병자의 날을 준비하면서, 저는 영혼과 육신에 인간 고통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형제애의 정신으로 그들에게 봉사하면서 구세주를 온전히 따르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시고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을 낫게 하시며’(루가 4,18 참조), ‘잃어버렸던 사람을 찾아 구원해 주시기 위하여’(루가 19,10 참조) 성부에게서 파견되셨던 것처럼, 교회도 인간의 약함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 주고, 또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서 교회 창립자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발견합니다”(교회헌장, 8항).

 

예수님의 어머니는 우리의 모범이시며 안내자이십니다

 

2. 고통의 시련을 구체적으로 겪고 계시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사랑과 고통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에게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복음화의 영역에서 특별한 사명에 부름받았습니다. 날마다 고통의 길을 여러분과 함께하는 가족들과 보건 의료인들, 자원봉사자들이 여러분의 그 힘겨운 증언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교황교서 「제삼천년기」에서 저는 이를 상기시킨 바 있습니다. 2000년 대희년의 “준비 단계 전체에 이를테면 ‘간접적으로’ 현존하시는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완전한 모범’”이시며, “무엇이든지 그리스도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여라.”고 어머니로서 우리에게 거듭 일러주십니다(「제삼천년기」, 43.54항 참조).
병자의 구원이신 성모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여러분은 새로운 복음화에 생명의 복음 선포라는 독특한 특성을 새겨넣을 수 있습니다. 생명의 복음은 고통의 복음에 대한 증거로써 신비롭게 전해집니다(「생명의 복음」, 1항; 「구원에 이르는 고통, 3항 참조). “조직화된 보건사목은 복음화 과업의 일부입니다”(교황청 라틴 아메리카 위원회 제4차 총회에서 하신 연설, 8항, 1995년 6월 23일;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영어판, 1995년 7월 26일, 9면 참조).     

 

3. 이러한 효과적인 복음선포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는 우리의 모범이시며 안내자이십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가난, 궁핍, 고통의 현실에 부딪혀 사는 인간들과 당신 아드님 사이에 서계시기 때문입니다. 마리아께서는 ‘가운데’ 계십니다. 이 말은 곧 그분이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위치에서 중개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리아께서는 자신이 중개자로서 당신 아들에게 인간의 어려움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며 실제로 그렇게 할 ‘권리를 가지셨습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중개는 전구와 같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인간을 위해 ‘전구하십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어머니로서 마리아께서는 또한 당신 아들의 메시아적 능력이 밝히 드러나기를 원하십니다. 이 구원의 능력은 불행 가운데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여러 형태로 그 사람의 생활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악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구세주의 어머니」, 21항).
이러한 사명을 통해서 병자의 구원이신 마리아께서는 교회의 삶속에 끊임없이 현존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초대교회에서와 같이(사도 1,`14 참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교회의 사도적 사명으로 사람들을 개심시키는 데에 협력하는 모든 이가 지녀야 할 모성애의 모범이 되고 계십니다”(교회헌장, 65항).
세계 병자의 날의 장엄한 행사를 과달루페의 성모 성지에서 거행하게 된 것은 신세계 최초의 복음화와 오늘날 새로운 복음화의 관계를 이상적인 구도로 다시 연결시켜 줍니다. 실제로 라틴 아메리카인들에게 “복음은 그 가장 숭고한 실현자로 제시된 성모 마리아와 더불어 선포되었습니다. 이를 확인해 주는 가장 빛나는 상징은 라틴 아메리카에 처음으로 복음이 선포될 무렵 혼혈(메스티조)의 얼굴로 발현하신 성모님의 모습입니다”(푸에블라 문헌, 1979년, 282.`446항). 그리하여 성모 마리아께서는 5세기 동안 신세계에서 “라틴 아메리카 최초의 복음선포자”로서, “복음화의 별”(신세계 복음화 500주년에 라틴 아메리카의 남녀 수도자들에게 보내신 서한, 31항)로서 공경받아 오셨습니다.

 

여러분은 복음 쇄신의 주도적 역할을 합니다

 

4. 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로 힘과 위안을 얻어 본연의 선교 과업을 수행하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병자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뜻깊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보건사목은 교회의 사도적 활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많은 구호 시설들을 갖추고 있으며,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지극한 관심을 쏟아온 주교, 신부, 수도자, 평신도 등 수많은 형제들의 아낌없는 노력 덕분으로, 보건 분야에 드높은 열의를 가지고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전세계로 눈길을 돌리면, 병자들을 돌보는 교회의 어머니다운 관심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특히 오늘날에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전인류가 잔인한 전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분쟁의 희생자들은 주로 어머니, 어린이, 노인과 같은 가장 약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군중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쓰러져가지만 그들은 가장 기본적인 도움조차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요행히 도움을 받는다 해도, 신앙의 빛으로 자신의 고통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많은 환자들은 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수많은 보건 의료인들의 영웅답기까지 한 훌륭한 노력과 자원봉사자들의 많은 공헌도 구체적인 어려움들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저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신앙의 지평을 열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육체적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지원도 아낌없이 베푸는 너그러운 분들이 더욱 많이 늘어나게 되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5. 사랑하는 병자 여러분, 그리고 그 고통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가족들과 보건 의료인 여러분, 여러분은 2000년 대희년을 향한 영신적 여정에서 복음 쇄신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이 시대의 역사를 특징짓는 생명에 대한 공격, 낡은 수법이든 새로운 형태든 생명에 대한 공격에 맞서고 있는 여러분은 “예수에게서 기적의 힘이 나와 누구든지 다 낫는 것을 보고”(루가 6,`19) 주님을 만지려고 한 군중과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선언하시며(루가 6,`21 참조) ‘산상설교’를 하신 것도 바로 이러한 군중들 앞에서였습니다. 고통을 받는 사람 또 고통받는 이들 곁에 머무는 사람, 신앙 안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의 고통에 특별히 참여하게 되고, “세상의 구속이라는 ‘무한한 보화’의 특별한 ‘한 조각’”(「구원에 이르는 고통」, 27항)을 나누어 받게 됩니다.

 

6. 시련을 받고 있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고통받으시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사랑스런 어머니 마리아와 일치하여 여러분의 고통을 너그럽게 바치십시오. 그리고 날마다 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헌신하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의 봉사가 복음화에 유익한 기여가 되게 하십시오. 여러분 모두가 교회의 살아있는 한 부분임을 깨달으십시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여러분 안에서 복음적 희망에 대한 근거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하여(1베드 3,15 참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부름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통받고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우리를 도와달라고 청하는 바입니다. 아무 힘도 없는 바로 여러분에게 교회와 인류를 위하여 ‘힘의 원천이 되어주기를’ 청합니다. 현대 세계가 우리 눈앞에 드러내고 있는 선과 악의 세력 사이의 가공할 싸움터에서, 여러분의 고통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결합하여 승전을 거두기를 바랍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 31항)

 

정의가 없는 곳에는 평화도 없습니다

 

7. 저는 또한 교회 공동체의 사목자들과 보건사목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에게 호소합니다. 보건정책과 의료사업에 대한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하느님의 백성과 시민사회의 관심을 일깨울 수 있는 활동들을 함으로써, 이번 세계 병자의 날을 제대로 거행할 수 있도록 적절히 준비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의사, 약사, 간호사, 원목사제, 남녀 수도자, 운영 책임자, 자원봉사자 등 보건 의료인 여러분과, 특히 병자들을 위한 의학적 정신적 봉사의 개척자들인 여성 여러분, 여러분은 병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교회 공동체 사이에서 친교를 증진시키십시오.
병자들과 그 가족들이 고통 가운데에서도 결코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그들 곁에 머무십시오. 고통에 대한 경험은 여러분 모두에게 아낌없는 헌신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8. 저는 모든 국가 공직자들에게 호소합니다. 고통의 세계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투신을,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정의, 자유, 사랑, 평화의 길로 끊임없이 전진해 가는 문명을 건설하기 위한 대화와 만남과 협력의 기회로 받아들이십시오. 정의가 없는 세상은 결코 평화를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평화가 없으면, 고통만 끝없이 증가할 뿐입니다.
고통받는 이들과, 그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든 분들을 위하여 저는 동정 마리아의 자애로운 도우심을 간구해 드립니다. 널리 알려진 과달루페의 성모 성지에서 수세기 동안 공경받아 오신 예수님의 어머니께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을 귀여겨들으시고, 괴로워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이 세상의 모든 병자들 곁에 머물러주시기를 빕니다. 사랑하는 병자 여러분,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얼굴이 어려있는 여러분의 고통을 성모님께서 당신 아드님께 봉헌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이러한 모든 원의와 함께 저의 열렬한 기도를 약속 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도적 축복을 보내드립니다.


바티칸에서,
1995년 10월 11일,
교회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33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