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계 병자의 날 담화문

제13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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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7-01-29 ㅣ No.10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제13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05년 2월 11일, 카메룬 야운데, 사도들의 모후 순례지

 


아프리카의 희망인 그리스도


1. 2005년 세계 병자의 날을 카메룬 야운데의 ‘사도들의 모후 마리아 순례지’에서 지냄으로써, 아프리카는 십 년 만에 다시 세계 병자의 날 중심 거행지가 될 것입니다.

이곳이 세계 병자의 날 거행지로 선택된 것은 보건 분야에서 심각한 부족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민족들의 참된 연대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로써 십 년 전 제3차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면서 아프리카 그리스도인들이 한 다짐, 곧 어려움에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이행하는 데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아프리카 교회」(Ecclesia in Africa)에서 저는 여러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의 의견을 따라, “현대의 아프리카는,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가다가 강도들을 만나 가진 것을 모두 털리고 두들겨 맞아 반쯤 죽은 상태로 쓰러져있는 사람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루가 10,30-37 참조). 아프리카는 남자, 여자, 어린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무수한 사람들이 말 그대로 병들고 다치고 불구가 되고 소외당하고 버려진 채 길가에 누워있는 대륙입니다. 아프리카는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41항)라고 말씀드렸습니다.

 

2. 세계 병자의 날은 건강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성찰하도록 촉구하는 날입니다. 가장 완전한 의미의 건강은, 인간이 자기 자신과 또 주변 세상과 이루는 조화까지도 포함합니다. 기쁨과 율동, 음악으로 표출되는 다양한 형태의 일반적 종교적 예술이 입증하듯이, 이것은 바로 아프리카가 자신의 문화적 전통을 통하여 풍부하게 표현하는 시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러한 조화는 심각하게 깨어지고 있습니다. 갖가지 질병이 아프리카 대륙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에이즈의 재앙은 “아프리카 곳곳에 고통과 죽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아프리카 교회」, 116항; 68항 참조).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빚어지는 분쟁과 내전은 이러한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난민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식량조차 없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비극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117항 참조). 또한 저는 무기 판매상들에게, 제가 「아프리카 교회」에서 촉구하였듯이 “무기 거래를 통해 아프리카에 전쟁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인류에 대한 잔혹한 범죄의 공모자들”(118항)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3. 에이즈와 관련하여 저는 다른 자리에서 이 비극은 ‘영혼의 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책임 있게 에이즈를 퇴치해 나가려면, 생명의 신성한 가치를 존중하고 올바르게 성에 접근하도록 가르침으로써 에이즈 예방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사실, 수혈이나 특히 임신을 통한 감염이 많지만, ― 이러한 감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퇴치하여야 합니다. ― 성관계를 통한 감염이 훨씬 더 많으며, 이는 책임 있게 행동하고 정결을 지킴으로써만 막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1994년 주교대의원회의 아프리카 특별 총회에 참석한 주교들은 무책임한 성행위가 에이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면서 한 가지 권고를 내 놓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혼인과 충실성이 가져다주는 동반자 의식, 기쁨, 행복, 평화, 그리고 사랑이 주는 안정감을 신자들과 특히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116항)는 권고를 저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4. 모든 사람이 에이즈 퇴치에 참여하려는 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정부 지도자들과 당국자들은 국민들이 명확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청소년들의 보건 교육을 위하여 충분한 자원을 책정할 임무가 있습니다. 저는 국제기구들이 이 분야에서 지혜와 연대의 정신에 따른 활동을 증진하며, 언제나 인간 존엄을 수호하고 불가침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일에 매진하도록 격려합니다.

에이즈 치료약의 가격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의약계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물론 의료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는 재정 자원이 필요하며, 신약을 시장에서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이 요구되지만, 에이즈와 같은 위급 상황 앞에서는 인간 생명의 보호가 다른 어떤 기준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저는 사목 종사자들에게 “에이즈에 감염된 형제자매들에게 가능한 모든 물질적 도덕적 정신적 위안을 주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서 이 재앙을 끝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을 촉구합니다.”(116항)

특히 저는 여기서 많은 의료 종사자들과 원목 사제, 자원 봉사자들을 기억하며 존경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에이즈 환자들을 돕고 그 가족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갖가지 질병, 특히 에이즈와 말라리아, 결핵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수많은 가톨릭 의료 기관들의 봉사는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최근 저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저의 호소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와 기관들이 일치된 노력으로 에이즈 예방과 환자 치료를 위한 실질적인 운동들을 지원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5. 이제 저는 다른 대륙 주교회의들의 여러 형제 주교님들께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아프리카의 목자들이 에이즈를 포함한 다른 위급 상황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기꺼이 협력해 주십시오.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각 주교회의에 효과적인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러한 협력을 통합하고 증진하는 일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박애주의적 연민만이 아니라 구세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교회는 모든 고통 받는 사람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역사상 언제나 그래 왔듯이, 교회가 온 힘을 다해 병자들을 돌보도록 재촉하는 것은 바로 신앙입니다. 또한 희망이 있기에, 교회는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이 사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교회가 여러 상황에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고 각 개인의 고유한 모습들을 인식하여 적절히 응답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러한 깊은 나눔의 태도로 교회는 삶에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랑의 독창성”[교황 교서 「새 천년기」(New Millennio Ineunte), 50항]이 제시하는 여러 형태의 도움을 통하여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줍니다. 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과 함께 고통을 나누십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바침으로써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동참할 수 있습니다.”

 

6. 해마다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보건 사목의 중요성을 더욱 잘 일깨워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세속주의에 물든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시대에는 때때로 보건 사목의 온전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운명은 다른 영역들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 생명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으려는 마음이 가장 절실해지는 것은 바로 병이 들었을 때입니다. 직면하기 힘든 불가사의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그리스도와 일치시키는 신비로 이해되는 통증과 고통, 죽음 자체의 의미에 관한 질문들은 우리의 생명이 영원한 삶을 위하여 새롭고 결정적으로 태어나도록 이끌어 줍니다.

참되고 완전한 건강은 그리스도 안에서 바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구원은 인간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한 참된 해답입니다. 현세의 건강과 영원한 구원은 상충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개인과 온 인류의 완전한 구원을 위하여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1베드 1,2-5; 성금요일 전례, 십자가 경배 참조). 구원은 새 계약의 마지막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세계 병자의 날에, 아프리카와 모든 인류의 완전한 건강을 바라는 희망을 선포하고, 더욱 굳은 결심으로 이러한 중요한 목적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합시다.

 

7. 참 행복을 설명하는 복음 구절을 보면 주님께서는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라고 말씀하십니다. 고통과 기쁨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로하시는 성령의 활동을 통하여 극복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비에 일치시키시면서, 우리를 지금 이 순간에서 구세주와 이루는 복된 만남으로 절정에 이르게 될 기쁨으로 인도하십니다. 사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의 행복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자신과 또 인류와 이루는 완전한 일치로 표현되는 ‘건강’을 바랍니다. 이러한 목표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서는 특히 당신의 원죄 없으신 잉태와 승천의 신비를 통하여 우리가 이러한 종말론적 실재를 생생히 맛볼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어떠한 죄의 그늘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간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분 안에는 기쁨의 원천인 깊은 일치가 충만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모님께 의지하며 ‘우리 기쁨의 원천’이신 성모님께 간청하여야 합니다. 동정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은 시련 중에도 꺾이지 않는 기쁨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인간적 문화적 종교적 자원을 지니고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 저는 간절한 기도를 바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통과 희망의 여인이신 원죄 없으신 동정 성모님,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을 따뜻이 어루만져 주시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만한 생명을 얻어 주소서.

에이즈와 같은 무서운 병에 걸려 애타게 도움을 기다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자애로운 눈길로 굽어보소서.

자녀를 잃고 슬퍼하는 어머니들, 부모 잃은 손자들을 돌볼 길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살펴보소서.

그들을 모두 성모님 품 안에 꼭 안아 주소서.

아프리카의 모후이시며 온 세상의 모후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바티칸에서,


2004년 9월 8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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