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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늘이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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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옥순 [1007ellea] 쪽지 캡슐

2009-05-01 ㅣ No.9

병원에서 공주 할머니로 불리는 저의 엄마입니다.
 
아파도 얼굴 한 번 안찡그리고 미소만 짓는 천사같은 저의 엄마입니다.

 

가정의 달, 성모님의 달 오월이 시작되었네요.

엄마! 중년이 된 지금도 어머니보다는 그냥 엄마!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핑~돌고

엄마라고 부르기만 해도 주문처럼 힘이나는 엄마!

살아오면서 많이도 부르면서 살았을 텐데 잊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는 이름 엄마!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날, 그 어버이날이 올해는 더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두메산골 오지에서 태어나 문화생활이 어떤것인지도 모르고

어린시절엔 눈에보이는 건 산천초목 뿐이고

들리는건 바람소리, 물소리, 온갖 새소리, 몇 집 안되는 이웃집에서 들리는 소리뿐

어버이날 같은 건 기억도 못하고 챙기지도 못하고, 그저 달력에 적힌 그런 날

오지라 보고 듣는게 없이 자라 그러다 직장생활한다고 서울와서 그러다 결혼하고

먹고 살기 바쁘고 거리가 멀다고 전화 한통하고 기념일도 못챙겨 드린 부족한 딸

지난 겨울 생신때 유남히도 기뻐하고 건강하셔서 좋아 했는데

뇌수술로 병원에 계신 지금도 매일 함께 있어 주지도 못한는 딸이네요.

 

세상 모든 부모님이 그러시 듯

35세에 남편 보내고 아빠없는 어린 삼남매 키우시는라 참 고생도 많으셨던 우리 엄마

어렸을 때 엄마는 나에게 하늘이였고 엄마이자 아빠이기고 했습니다.

고된 농사일로 언제나 코를 골고 주무시면 잠결에 코고는 소리가 무서워

발로 툭 건들면 잠시 숨소리가 안들렸지요.

그러면 벌떡 일어나 엄마 왼쪽 가슴에 귀를 대고 숨소리를 확인하고 다시 자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아빠도 안계신데 엄마까지 돌아가시면 언니랑 동생이랑 셋이 무서워서 어떻게 사나 ...

어릴적 비오는 어느날 우연히 엄마 손을 보고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불쌍해서 몰래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 무렵 엄마는 새벽별을 보고 밭에 나가시면 저녁별을 보고 들어 오셨습니다.

얼마나 쉬지 않고 김을 매셨는지 왼쪽 둘째 손가락 손톱이 닳아서 반달 모양으로 되있었습니다.

엄마는 사계절을 쉬는 날이 없으셨습니다. 

봄에는 씨앗을 심고 산나물을 뜯어 오시고, 봄 가을 두번 누에를 치시며 농사일을 하시고

가을걷이와 더불어 겨울엔 눈이 하얀 산에 고무신을 신고 땔나무를 해서 머리에 이고 나르셨습니다.

엄마가 유일하게 쉬는 날은 한여름 억수같은 장마에는 밭일을 못하시고

그동안 지친몸 꾸벅꾸벅 졸으시면서 밀린 바느질을 하십니다.

바느질 하실 때 부르는 엄마의 유일한 동요가 있습니다.

 "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하하하하 우습다 졸고있는 할미꽃"

옛날 엄마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눈물이 나려하네요.

 

엄마는 지금 뇌출혈 수술로 입원중입니다.

4월 2일날 뇌출혈 수술을 하셨는데 더큰 문제는

엄마 머리속에 3.7센티 거대 뇌동맥류(혈관꽈리)가 있는데

수술하기도 어렵다고 해서 일단 안하는 걸고 했는데

그게 터지면...... 그러면............ ㅠㅠㅠ

그날은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를 이세상에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시던 저의 하늘이신 엄마가

세상에 어떻게.....하늘이 내려 앉고 땅이 꺼지는 듯 했습니다

서울에서 안동으로 가는도중 큰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동생은 엄마와 앰블런스로 대구로 가고  언니와 저는 고속버스를 중간에 내려 다시 대구로 가는데

엄마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제발 얼굴 한 번 보고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하는게 제 소원이었습니다.

다행히 엄마 뇌출혈 수술은 잘되서 회복 단계이지만 거대 혈관 꽈리는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눈물이 나고 울고 싶어도 울수도 없고, 한숨이 나도 한숨을 쉬며 체력과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습니다.

머리속에도 가슴속에도 오로지 엄마 생각뿐인데

회복을 하신다고 해도 이미 팔순이 넘어 수술까지 하셨는데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지기만 합니다.

어떻게든 엄마에게 기쁨을 드리고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데... 

살면서  힘들때 엄마의 사랑과 엄마 말씀 한마디가 힘이되어  살아왔습니다.

그전에도 엄마는 제게 하늘이셨고 결혼해서 살면서도 엄마는 제게 하늘이셨습니다.

지금도 저는 어렵고 힘들때면 주문처럼 엄마를 몇번 부르고 엄마의 삶을 떠올리며 털고 다시 일어섭니다.

올 어버이날은 저희 삼남매 엄마랑 꼭 함께 보내야겠습니다.

가슴아프지만 기쁘고 즐겁게..............

주님! 저희 어머니 권안나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성모어머니와 요셉성인님 권안나를 도와주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님 대천사님 권안나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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