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 일기

전봇대 길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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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오 [aloisiokno] 쪽지 캡슐

2014-05-03 ㅣ No.369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이키고 기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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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인 와이블

[필자 웨인 와이블은 1985년 루터교 신자로서 내적 음성을 통해 메주고리예 발현에 관한 책을 쓰도록 성모님께 불리움 받았다. 그 첫 작품이 이 글의 출처인 Medjugorje The Message: 메주고리예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이다. 훗날 가톨릭으로 개종 했지만 이 책을 쓸 당시 그는 여전히 루터교 신자였고, 가톨릭을 전혀 모르는 개신교 신자 입장에서 메주고리예를 직접 순례하고 성모님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투신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슈벳 신부가 성 야고보 성당 뒤 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도 그와 아주 가깝게 주차를 했다. 오늘이 메주고리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들자 될 수 있는 대로 신부님 가까이에 차를 대고 싶었다.
     “마리아의 집으로 가기 전에 점심부터 하도록 합시다.”
     식탁에는 조용한 젊은 신부가 우리와 함께 식사하게 되었다. 그는 몇 달 전에 이곳 메주고리예로 오게 된 니콜라스 신부였다. 그는 얼마 전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슈벳 신부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크로아티아 말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슈벳 신부가 젊은 신부의 말을 멈추게 하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책을 갖고 있겠지요? 아무래도 기록을 해 놓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 책에 좋은 자료가 될 내용 같습니다. 통역은 내가 맡겠습니다.”
     나는 얼른 필기 도구를 꺼내어 열심히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유고슬라비아 북쪽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젊은 부인, 미라(실제 이름 아님)라는 부인의 이야기였다.
     미라는 아주 헌신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났다. 그런데 그만 열성적인 공산당원과 사랑에 빠지게 되어 점차 교회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교회의 신부는 그녀가 가고 있는 길이 그녀와 그녀 가족에게 상처만 줄뿐이라고 여러 차례 충고해 주었지만 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그 젊은이와 결혼하고 말았다. 그녀 남편이 열성당원이었던 만큼 그녀는 더 이상 미사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신부가 충고했던 대로 그녀는 자신의 가족과 멀어지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첫 아들은 근육 영양실조로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 후 5년 동안, 아이 문제와 자신에게 닥쳐온 여러 가지 문제들로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우울증이 심해질수록 그녀가 취하는 약물의 양도 턱없이 늘어났으며, 마침내는 간질을 얻게 되었다. 발작 횟수가 늘어나고 발작의 심도도 깊어지자 결국은 1986년 가을에는 자그렙에 있는 병원에 입원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입원 당시에는 하루에 30번까지도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다.
     17일간 그 곳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의사들도 다해 보았지만 그녀의 증세는 날로 악화되어 갔고 심한 약물 투여로 눈까지 멀었다. 마침내 의사들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편이 나을 거라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주었다. 병원으로서는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었고 이제 그녀는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디.
     미라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녀와 남편은 마지막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은 온통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여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 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라에게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이키고 기도하여라.” 라는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남편은 그녀의 병이 심해서 아니면 약이 너무 독해서 그런 증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부인을 달래는 데에만 온 힘을 쏟았다. 그렇지만 미라는 자기가 직접 소리를 들었다며 끝내 남편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그 목소리가 자기더라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녀는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은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가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던 터라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꼭 집을 비우지 않으면 안될 일이 생겼고, 그가 나가자마자 미라는 있는 힘을 다해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현관 쪽으로 갔다. 그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그녀의 앞에 성모님께서 서계시는 환시를 보게 되었다.
     “너는 치유될 것이다.”
     미라는 그 자리에 그만 무릎을 꿇었다.
     “성모님,”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성모님, 제 아들을 고쳐 주십시오. 그 아이는 이제 다섯 살입니다.”
     “너의 아들의 병은 그 애의 죄 때문이 아니다. 그 아이가 아픈 것은 많은 사람을 구원하고 회심시키기 위함이니, 그 애를 위해서 구하지 말고 네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여라. 메주고리예로 가거라. 너의 병은 치유될 것이다.”
     그것이 전부였다. 환시를 본 그녀는 이제 다시금 장님이 되어 엉금엉금 기어서 침대로 돌아왔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하나도 빼지 않고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말해 주었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의 증세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몹시 슬퍼했다. 그래서 그려가 메주고리예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을 때에도 그냥 애들 달래듯이 어르기만 하고 그 곳에 데려다 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성모님께서는 그녀 침실에 다시 나타나셨다.
     “성모님,” 그녀가 또 울부짖었다. “제 남편이 저를 메주고리예로 데려다 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너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이 이 마을에 있느냐?”
     “아니오,” 미라가 대답했다. “이 곳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산답니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너를 위해서 기도해 줄 수가 없구나. 메주고리예로 가거라.”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그 후로 미라는 메주고리예로 가겠다는 말만 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남편은 그녀를 다시 자그렙의 병원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그것을 알게 된 그녀는 더욱 신경질적이 되었고, 그녀를 달랠 길이 없게 된 남편은 마침내 항복하고 말았다. 그녀를 메주고리예로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11월 8일 모스타행 기차에 몸을 실은 그들은9일에야 메주고리예에 도착했다. (나도 같은 날에 도착했다.)
     남편은 도착 즉시 성당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이상스럽게도 여행을 떠난 이후로는 발작도 몇 번 없었고 또 근자에 드물게 그녀는 차분한 상태에 있었다.
     성당 안은 거의 비어 있었고 남편은 성당 앞 오른쪽으로 그녀를 인도했다. (이 말을 듣고나니 주일날 오후에 그녀가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후 내내 미라는 기도를 바쳤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갑자기 눈을 들어 위쪽을 바라다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그대로 따랐다. 놀랍게도 성모상이 눈에 들어왔다. 시력을 되찾은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다 보고만 있었고 그녀는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당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 신부를 찾았다. 그것은 길고도 감동어린 고백이었다. 그녀가 좀 전의 일까지 모두 이야기하자 신부는 그녀에게 다시 성당으로 돌아가 기도를 계속하도록 권유했다. 그리고 자신은 방문 신부이므로 다름 날에 이 곳 담당 신부를 찾아가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날 이곳 담당 신부를 찾았을 때, 공교롭게도 그들은 모두 메주고리예를 떠나 딴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화요일 아침, 마침내 퍼번 신부와 니콜라스 신부 안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시력은 완벽하게 회복되었고 지난 24시간 동안 한 번의 미미한 발작도 없었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이제 완전히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되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히 아이에게 주어진 고통이 다른 사람의 구원 때문이라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왜 그리도 고통이 많은지..! 우리는 모두들 궁금하기만 했었다. 그렇지만 이제 한 가지는 분명해진 셈이었다. 어떤 이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구원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문득 고통 받으신 예수님 생각이 떠올랐다. 그분이 고통 받으시고 마침내 끔찍한 죽음을 당하신 덕분에 우리가, 아니 내가 하느님의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아, 그래서 다시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서출판 미르, 메주고리예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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