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7주간 금요일 '24/08/02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7-18 ㅣ No.5835

연중 제17주간 금요일 '24/08/02

 

제가 고등학교 학생이던 시절에 학교에서 대학 입시 예비고사 문제를 매년 서너 개씩 맞추는 아주 유명한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분이 오시더니, “글쎄, 오늘 하도 어이가 없는 일을 당했단다. 부인이 아침에 아이들에게 너네 아버지가 뭘 안다고 너희 아버지에게 물어보니?’”하고 핀잔을 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자신의 남편이 학교에서 얼마나 유능하고 능력있는 교사로 인정받고 있는지 관심이 없나 봅니다. 그저 자기와의 연관관계 안에서, 한 이불 덮고 자는 남편에 불과한 것이었나 봅니다. 그것도 뭔가 자신을 섭섭하게 하고, 실망하게 한 기억을 던져준 남자! 그 때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참 의아해하면서도, 또 다른 한쪽으로는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존경하며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보다.’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을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습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마태 13,54-56) 그리고 결국 그들 마음의 실체를 밝힙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57)

 

때로는 아무 이해관계 없어도, 나보다 더 잘 나 보이고, 잘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이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에게 도움이나 피해를 가져다 준 정도에 따라 사람들을 평가하고 맞이하는, 우리의 계산적인 관계에서 잠시 떠나 봅시다. 그래서 그 사람만이 간직하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주시기를. 그리고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심어준 능력과 감추어진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인가를 남보다 더 잘하고, 더 잘나지 않아도, 인간 생명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며 살아갑시다. 그래야만 장애자도 외국인 노동자들도, 소생 불가한 환우들이나 또 소위 루저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밀려나가고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도, 심지어는 필요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도 그 삶의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 사람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오늘을 공존하며 살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