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
이영근 신부님_“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마태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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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말씀(6/23) :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 제1독서 : 창세 12, 1-9 * 복음 : 마태 7, 1-5 1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2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3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5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 <오늘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남을 심판하지 말라.”(마태 7,1)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남을 심판하지 말라.”고만 하신 것이 아니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마태 7,5)고 하십니다. 그래야 ‘심판을 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들보’를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그것은 우선, 자기 눈 안에 있는 ‘들보’를 알아채는 일입니다. ‘들보’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방식, 곧 보는 틀, 보는 관점을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심판이 행해지는 데 기준이 되는 ‘준거 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선입관, 편견, 세속정신 등의 고정관념이라면, 바로 그것이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 눈의 ‘들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들보를 빼내기만 하면, 다 일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 자리에 ‘하느님의 눈과 마음’이 들어서야 할 일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눈과 마음”이야말로, 바로 그것을 빼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의 관점, 자신의 눈’을 빼낼 수 있는 길은 바로 ‘우리 안에 심어진 사랑의 빛을 밝히는 것’입니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내가 빛이 되어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빛으로 상대를 보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호의와 자비’로 상대를 보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위하는 마음’, ‘축복하는 마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구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예수님의 마음의 눈’으로 보는 일입니다. 결국, 심판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넘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그보다 적극적으로 선을 베푸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도 야고보는 말합니다. “자비는 심판을 이깁니다.”(야고 2,13) 그래서 <루가복음>에서는 병행구문에서는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루가 6,37)
결국, 심판을 넘어서는 ‘용서’와 ‘자비’야말로 바로 심판을 벗어나는 길임을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심판하는 자들에게 경고하십니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태 7,2)
이는 타인을 심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심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말해줍니다. 곧 우리가 남에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결국, 심판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 그러한 짓을 저지른 자들을 심판하면서도 스스로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여, 그대는 하느님의 심판을 모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까?”(로마 2,3)
하오니, 주님! 보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하시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게 하소서. 저를 보시는 당신을 보게 하소서! 아멘.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마태 7,5)
주님! 눈을 뜨고도 자신을 보지 못하는 저는 눈먼 이입니다. 보지 못하면서, 보는 척 하지 말게 하소서! 보지 못하면서, 타인을 인도하지는 더더욱 말게 하소서! 제 눈에서 들보를 빼내주소서. 보는 것을 안다고 여기는 것이 제게는 들보이니. 제가 모른다는 것을 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