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

[슬로우 묵상] 눈 속의 재판 -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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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nansimba] 쪽지 캡슐

2025-06-23 ㅣ No.183007

연중 제 12주간 월요일

 

"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마태 7,5)

 

 

한 주의 시작, 또 하루가 밝았습니다.

출근길에 핸드폰을 열고,

뉴스를 보고, 한숨 쉬고,

단톡방의 대화들을 확인하고,

습관처럼 ‘좋아요’ 버튼을 누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머릿속을 스치고,

성당에 가면 누군가의 봉사 태도가 눈에 들어오고,

직장에서는 동료의 일처리가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티끌’은 쉽게 보이는데,

내 눈 안의 ‘들보’는 잘 보지 못할까요?

 

돌이켜보면, 남을 쉽게 판단하고 반응하는 그 마음은,

결국 내 안의 ‘가짜 자아’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기에, 우리는 자꾸 눈을 바깥으로 돌립니다.

 

예수님께서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하신 그 말씀이,

오늘 내게 깊이 꽂힙니다.

이 말씀은 판단의 눈이 아니라,?

사랑의 눈으로 보라는 초대였습니다.

 

“나는 지금 사랑으로 보고 있는가?”

“지금 저 사람은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질문해봅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내가 실수했을 때 누군가 나를 용서해주었던 경험을.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신 하느님과 부모님의 품을.

그 은총을 기억하면,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단의 눈이 아니라 사랑의 눈으로,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 속의 재판』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시선 속에, 늘 티끌 하나쯤은 있었고,

들보 하나쯤은 걸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고 뾰족한 말, 커다란 침묵, 그 모든 판단과 위선이 내 안에서 조용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 시는 그런 내면의 법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마침내 ‘눈’이 말합니다.

“나는 진실을 보고 싶다.”

그 말 앞에서, 내 안의 판단들이 조용히 사라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시를 씁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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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연중12주간, 마태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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