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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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병자성사를 다녀왔습니다. 형제님은 의사에게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병자성사를 받으시면서 형제님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자기의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홀로 남게 될 아내가 걱정되어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그 아내는 30년 넘게 투석을 받고 계신데, 그동안 형제님이 함께하며 매일 투석을 도와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떠나면, ‘아내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그 걱정에 눈물이 나셨다는 겁니다. 저는 형제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예전엔, 이 성사를 ‘종부성사’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병자성사’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임하는 시간이고, 성령께서 힘과 평화를 주시는 시간입니다.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10년을 더 사신 분도 계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우리의 생명은 하느님 손에 달려 있고,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신다고 위로해 드렸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형제님과 그 가정 위에 하느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길 청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신앙은 마카베오 하권의 신앙과 사상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마카베오 하권은 우리 신앙의 두 가지 교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부활 신앙’입니다.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심판’입니다. 오늘은 마카베오 하권에서 드러나는 신학 사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해 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킨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신앙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먼저,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부활에 대한 믿음입니다. 7형제와 그 어머니가 박해 속에서 목숨을 잃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들은 죽음 앞에서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실 거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단지 이 세상 삶만 바라본 게 아니라, 죽음 너머의 삶, 다시 살아날 그날을 믿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신앙이었습니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고통을 보면, 그냥 억울하게 죽는 게 아닙니다. 자신들이 고통을 받음으로써 민족 전체가 정화되고, 하느님께 돌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기 고통이 누군가를 위한 대속이 될 수 있다는 신앙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도 이어지는 개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죽은 이를 위한 기도입니다. 유다 마카베오가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들을 위해 속죄 제물을 바칩니다. “혹시 그들에게 죄가 있었을지 모르니,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자”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지금도 연미사를 드리고, 연도 바치며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살아 있는 이들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도 기억하고 계신다는 믿음이 여기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성전과 율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장소, 바로 성전이 더럽혀졌을 때는 눈물을 흘리고, 그것을 다시 정화했을 때는 큰 기쁨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성당이 왜 중요한지, 성체가 왜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하느님의 기적적인 개입입니다. ‘천사가 나타나고, 기적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불이 내려온다.’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을 보면, 하느님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시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힘든 시기에도 역사 안에서 함께하신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카베오기 하권은 가정과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우리도 부모로서, 선생으로서, 신앙 선배로서 다음 세대에게 믿음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성전과 율법, 공동체의 신앙, 하느님의 기적적인 개입을 강조합니다. 천사가 나타나고, 하늘에서 불이 내리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의 역사 안에 개입하시는 분이십니다. 특히 감동적인 장면은 일곱 형제의 어머니입니다. 자녀들을 끝까지 신앙 안에서 지켜내는 모습. 우리도 부모로서, 선생으로서, 선배로서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 그렇습니다,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하는 신앙. 그 신앙이 바로 반석 위에 지은 집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단지 입술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삶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병자성사를 받으며 눈물 흘리던 형제님처럼,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는 그 삶. 그 삶이야말로 부활의 신앙이고, 하느님의 심판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신앙입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가 믿고 있는 이 신앙의 반석 위에,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