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라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25/08/01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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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5-07-12 ㅣ No.6202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라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25/08/01 금요일

 

예전에 저 어릴 적에는 대림성탄 판공성사를 보러 가게 되면, 어떤 성당에서는 추워서 그랬는지 이날 성당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먹을 것을 장만해 놓고는 판공을 본 신자들이 친교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해성사를 보는 날을 마치 잔칫날처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랬을까? 우리가 회개를 하는 날은 단순히 자기 죄를 고백하는 부끄러운 날만이 아니라, 주 하느님께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우리를 어여삐 보시고 죄를 씻어주시는 날로서 기쁜 날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어떤 신자분들은 고해성사 보기 부담스러워서 성당에 가기 싫다.”라고도 하신다는데, 새삼스러운 추억이기도 합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이스라엘의 축제 중에 무교절과 초막절 사이에 속죄일이라는 축제를 넣습니다. “일곱째 달 초열흘날은 속죄일이다. 너희는 거룩한 모임을 열고 고행하며, 주님에게 화제물을 바쳐야 한다.”(레위 23,33) 그리고 이 속죄일에 바로 이어 초막절 축제를 지내도록 합니다.

 

어떻게 보면, 부끄럽고 숨기고만 싶은 참회의 순간을 공개적인 날로 정하고, 축제로까지 삼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레위기 16장에 대대적으로 나오는 이 속죄일은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가 가끔 미디어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성전 벽, 이른바 통곡의 벽 앞에 서서 기도하며 애통해하는 모습으로 연장되어 나옵니다. 히브리 말로 욤 키푸르라고 불리는 속죄일 또는 사죄일입니다. ‘정결과 부정에 관한 가르침끝에 서술되는 이 대축일은 본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부정과 자신도 모르게 입게 되는 온갖 부정으로부터 해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시켜 주는 대정화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문자 그대로 죄를 용서받는 전례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전례를 통해 이스라엘은 자기들이 죄인이라는 생생한 의식을 가지며, 동시에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합니다. 이 속죄일에만 대사제가 일 년에 한 번, 지성소를 가리는 휘장 안으로 들어가 백성들의 속죄제사를 드릴 수 있는 등급의 대축제일입니다.

 

가끔 어떤 종교나 드라마들을 보면, 사람들은 죄를 지은 이에게 죄를 씻도록 도와주기보다, 죄를 지은 이에게 그 죄를 약점으로 삼아 더 옥죄고 이용하려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죄를 지은 인간에게 죄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벌하기보다 그 죄를 무상으로 씻어주시고 재생의 기회를 허락하심으로써 우리에게 감동의 물결로 믿음을 선사해주십니다. 그래서 부활 찬송에서는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기 위해 주 예수님께서 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희생제사를 올리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의미로,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를 복된 죄라고까지 일컫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보면 우리 죄는 우리를 옥죄고 더 나약하게 하며 죄악의 구렁텅이로 빨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를 새로운 신앙의 단계로 이끌어 들이는 관문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죄를 씻고 새로운 관문으로 넘어 들어가면서, 더욱더 자유로워지고 기쁨에 넘쳐 거룩해짐으로써 주 예수님과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합시다.

 

주님의 말씀은 영원하시다. 바로 이 말씀이 너희에게 전해진 복음이다.”(1베드 1,25 참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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