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9월 9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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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9-09 ㅣ No.167

10:00 - 미아 1-1지구 재개발 조합원 300여명이 집회를 시작했다.

      300여명 모두가 손에 피켓을 들고 선창자의 구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선창하는 아주머니의 지칠줄 모르는 목소리는 하늘을 찌르는 듯 하다. 어제도 그렇게 외쳐댔지만 오늘도 여전히 까랑까랑한 목소리 그대로다.

  = 명동성당 대집회 순서 =

1. 개회선언

   전국 각지에서 재개발이라는 허울좋은 명목아래 정든땅과 집을 빼앗기고 비통과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소외받은 달동네 주민들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모인 미아 1지구, 2지구 및 이웃 정릉지구의 5,000여 조합원은 이 억울함을 온 천하에 알려 더 이상 돈과 권력의 저편에서 신음하는 이가 없도록 하기위해 재개발 원주민 명동대집회를 개회하는 바이다.

 

2. 경과보고

   우리는 1998년 9월 관리처분 총회가 불법, 부당하게 처리된후, 비로소 우리의 재산이 송두리째 날아간 것은 물론 빚더미에 올라앉아 행복했던 가정이 파탄되고 알거지가 되어 거리의 노숙자 신세가 된 것을 알게되었다.

   이런 억울함과 위법 부당함을 강북구청, 시청, 검찰청, 민간시민단체 및 청와대 등에 호소, 탄원, 진정을 해왔으나, 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편의대로 해석하여 우리의 요구를 묵살해 버렸다.

   불법적인 행위에 대하여 수차례의 시정요구와 탄원 및 시위와 투쟁에도 불구하고 검은 돈과 막강한 권력을 이용하여 S.K의 무지막지한 로비와 치밀한 사전대비를 이길수 없었으며, 국민의 재산과 안녕을 책임져야할 경찰서까지 마침내 S.K 수중에서 그들의 야욕을 도모하며 일해주는 처참한 사태를 당하여 각처를 찾아다니며 호소하던중 정의구현의 본당인 명동성당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호소를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우리도 아직은 정의가 죽지 않았다는 기쁜 희망을 가질수 있게되고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성스러운 이곳 명동성당에서 얻을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허락해 준 명동성당에 다시한번 전국 18만 8,000가구의 조합원을 대표하여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3. 성명서

 1)건설교통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 고발한다!

   지역마다 공사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웃하고 있는 미아1-1지구, 미아1-2지구, 정릉4지구의 시공사인 S.K건설, 벽산건설, 우성건설이 서로 공사비를 담합하여 5,000여 조합원의 재산을 갈취하고 있는 사태를 건설교통부 장관은 알고 있는가?

   우리의 땅을 팔아 남은 1,217억원의 이익금을 땅주인에게 돌려 주어야 함이 마땅함에도 갖가지 교묘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무지한 달동네 원주민을 속이고 재산을 갈취해 가는 건설사의 비리를 건교부 검찰총장은 즉각 특별조사를 실시하여 주기 바란다!

 2)청와대에 고발한다!

   엉터리 토지 평가사를 앞세워 정부가 인정한 개별 공시지가 보다 무려 평당 60만원 이상 시유지 불하대금을 높게 책정하여 30년 설움속에 정착한 달동네 원주민들의 꿈을 무참히 짓 밟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폭 25M 도시 주요간선도로 까지 조합원에게 땅과 공사비를 물리는 서울시청은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쓰는지 묻고싶다.

   도시재개발법에 정확히 명시된 사안까지 건설사의 농간에 놀아나는 조합집행부와 어울려 그 해석을 달리하여 땅주고 집빼앗긴 원주민들에게 공사비까지 미리받아 챙기도록 온갖 협조와 비호를 아끼지 않는 강북구청장을 고발하고 강북구청장이 선정한 토지평가사를 엄중 조사하여 그 비리를 밝혀 주기를 5,000여 조합원은 눈물로서 호소하는 바이다.

 3)각 언론사에 고발한다!

   S.K건설은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 조합원을 속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위해 수십명의 조직폭력배를 고용, 선량한 조합원을 협박하고 있음은 물론, 무지한 조합장과 그 임원들을 회유하여 불법 부당한 공사계약을 조합원 몰래 체결한후, 지반 조사까지 다 끝낸후, 결정한 공사비 239만원에 무이자 이주비 4,500만원 약속을 어느날 갑자기 암반 추가공사비, 이주비용 등을 추가하여 평당 296만원, 총 6,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공사비를 제시해 놓고는 조합집행부가 조합원을 위해 공사비를 깎았다는 명분을 주기위해 평당 273만원으로 해 주는 기막힌 시나리오를 작성해 놓고는 이를 관리처분 총회에 상정하고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갖은 협박으로 통과시킨후,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공사계약이라 하여 조합원 분양계약을 통하여 청산금을 공사도 하기전에 받아내려고 갖은 불법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분양계약하여 계약금을 내지 않으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여 이주비까지 회수하겠다는 계약서를 만들었으니, 내땅 내집을 내어놓고 일반분양자와 동일하게 분양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은 무엇이며, 집짓기 전에 청산금 내라는 것은 어느나라 법에 있는지 묻고싶습니다.

   이런 불법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한다하여 S.K그룹 고문 변호사를 총동원시켜 빼앗긴 권리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을 경찰서로 연행케 하여 고발하는 한편, 각종 판결로서 드러난 청산금을 분양처분 고시후 징수토록 하는 법을 깨뜨리기 어려우니까 갑자기 말을 바꾸어 공사기성금 징수라는 제목을 달아 발표하는등, 오락가락 횡설수설하고 있습니다.

   미아1-1지구 5,300여 세대의 아파트를 분양하면 일반분양 수입분만 3,850억원의 엄청난 돈이 들어오며 이 돈으로 충분히 공사를 할 수 있음은 주택공사에서 발표한 아파트 건설비 통계를 보면 초등학생도 일수 있을 것

입니다.

   또한 종암경찰서장, 강북구청장까지 합세하여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거부하는 불법 동, 호수 추첨을 대리 추첨하는 행사장에 참관하지 않겠다고 종암경찰서장이 공문으로 발송하고는 주민을 기만하고 버젖이 부하들과 함께 입회하여 불법적인 행위를 정당화 시켜 조합원으로부터 청산금을 받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S.K건설의 목적달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으니 대명천지 이런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S.K건설은 우리 조합원이 명동성당에서 집회하는 것까지 전 직원을 동원시켜 조합원 집집마다 전화를 하여 명동성당에 가면 모두가 경찰에 잡혀 간다고 조합원들에게 협박과 겁을 주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언론사 기자분들께 우리는 S.K건설의 불법적이고 집요한 폭리추구에 지칠대로 지쳤으며 이제 마지막으로 이곳 명동성당에서 호소합니다.

달동네 원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한 재개발사업이 건설사의 폭리추구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않고 정당한 공사비와 공정한 계약에 의한 재개발사업이 될 수 있도록 범시민운동의 하나로 시민이 참여하는 재개발사업 감시기구를 법제화 시키는 시민 발의법을 제안코자 하오니 이점 널리 홍보하시어 실현될 수 있도록 진심어린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4)시민의 발의로서 시민이 참여하는 재개발, 재건축사업 감독기구를 법제화 시킬것을 정부에 제안한다!(이하 생략)

1999년 9월 8일

미아1-1지구, 미아1-2지구, 정릉4지구

5,000 조합원 일동

 

11:00 - "국가보안법 전면 철폐를 위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성당마당에서 13-16명이 "미국과 일본의 전쟁책동, 경제침탈 분쇄와 국가보안법 완전철폐, 공안탄압 분쇄를 위한" 범국민투쟁본부(준)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언덕에서는 철거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성당마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3명의 기자들이 보인다. 성당에 혼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온 하객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그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회견문이 길어서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올릴것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20:30 - "보안법철폐를 위한 단식기도회"를 진행중인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미사가 성당 뒷편  성모동산에서 봉헌되고 있다. 7-8명의 수도자들과, 8-10여명의 사제들과 20여명의 신자들, 모두 40여명이 둥그렇게 모여 성모님을 바라보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마치 어느 피정의 미사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언제나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나 자신을 봉헌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맨머리가 오히려 천진스럽게 보이게 하는 사제들의 기도 소리가  조용히 하늘로 울려퍼진다.

 

23:00 - 사방이 어둠에 덮힌 가운데 언덕엔 아직 열기가 식지 않았다.

      삼삼오오 계단에 둘러 앉아 하루를 종합평가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주님!

      무더운 하루였습니다. 비도 간간이 떨어졌지만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문제들과 이로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

      그러나 이런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모든이들을 위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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