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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꽃수레를 타고 하늘나라로 떠나신 김옥균 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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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10-03-31 ㅣ No.26

"꽃수레를 타고 하늘나라로 떠나신 김옥균 주교님"
 
고인이 되신 김옥균 주교 추모의 글
 
허근 신부(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선한 목자의 삶 56년, 잔잔한 삶으로 생애를 수놓으신 김옥균 주교님! 님께서 하늘나라로 향하시던 날 세상도 고요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바람까지 재운 하얀 눈에 북한산 나무 가지마다 눈꽃 활짝 피고, 가는 비는 촉촉히 내려 님께서 가시는 마지막 길을 통곡하는 저희보다 더 서러워하더이다.
 
교구 어머니셨던 김옥균 주교님! 만 1년 전 먼저 가시어 천국에서 님을 기다리시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밖에서 큰 일을 하시는 동안 님은 안에서 소리 없이 작은 일을 하셨습니다. 두 분은 환상적인 커플이셨습니다.
 
주교님의 지난날들은 광영과 환희의 시간보다 헤아릴 수 없이 고욕(苦辱)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고통과 시련의 시간들 속에서도 묵묵히 인내하시며 앞서서 달리기보다는 늘 뒤안길에서 모두를 챙기면서 어머니의 온화한 얼굴로 지내시느라 속앓이를 하셨던 나날의 기억들이 지금은 커다란 슬픔으로 밀려옵니다.
 
불만의 소용돌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나는 행복하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시지" 하며 나직한 말씀으로 우매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주님처럼 늘 낮은 자리를 택하셨고 자비로운 어머님 얼굴로 마주하여 모두에게 편안함을 주셨던 님에게 알게 모르게 저지른 무례함을 용서하소서.
 
"하루에 좋은 일 하나는 꼭 해야지. 오늘은 화를 내지 말아야지"하며 소박한 꿈을 가지고 하루를 기쁘게 사셨고, "용인 촌놈이 주교까지 되었으니 부러울 것 없지"하며 언제나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셨던 주교님.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소년 잡지를 일구고 복음 전파의 열정은 평화방송의 전파로 곳곳에 울려 퍼졌습니다.
 
주교님은 아픈 몸을 이끄시고 한 어린이와 두 노인에게 정성스레 세례성사를 베풀고 주말이면 장애 노인들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시고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중환이신 당신 건강은 외면한 채 이 세상을 마지막 떠나려는 영혼을 위해 병자성사를 베풀러 총총 걸음을 재촉하셨고, 알코올 중독자들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아프신 몸을 마다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중독자들의 손을 잡아주셨죠. 당신을 위한 소중한 약속도 저버리고 고집스럽게도 냉정함을 잃지 않으셨던 주교님, 당신의 그 사목적 열정은 사제들의 귀감이셨습니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꽃을 기꺼이 내어주던 베풂의 삶, 훗날을 걱정하며 지팡이를 선물로 내려주던 헤아림, 건강이 나빠지면서도 나보다는 남을 헤아리는 자애로운 마음, 마지막에는 자신의 눈마저 남에게 아낌없이 내어주신 사랑, 이제는 만나 뵙지 못한다는 인간적인 슬픔에 목이 멥니다.
 
주교님이 베풀었던 선행을 본받고 님의 얼을 닮아 일일일선(一日一善) 일일부노(一日不怒)의 삶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제로서 신자로서 님의 뒤를 따르렵니다.
 
주교님, 사랑하는 교구와 사제들, 신자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해주소서. 주교님, 이제는 이승의 모든 인연을 멀리 멀리 떠나보내시고 행복의 꽃수레를 타셨으니 하느님 나라에서 안식을 누리소서. 주교님 떠나시는 길에 방울방울 맺히는 저희 눈물을 아름답고 고운 꽃송이로 깔아드립니다.
 
저희는 주교님의 영원한 평안을 기도드리오니 이제는 하느님, 성모님, 성 바오로, 모든 성인들과 함께 살맛나는 잔치에 참여하시어 환희의 시간을 즐기소서.
 
[평화신문, 2010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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