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판공성사표를 태우며

인쇄

김보애 [boaequeen] 쪽지 캡슐

2000-04-19 ㅣ No.702

+찬미예수님

 

오늘아침 미사를 가다가 아래층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제가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할머니입니다.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하고 계시길래  장난스럽게 "할머니  뭘하세요" 하고 물었는데 순간, 할머니의 얼굴에 가득한 아픔을 보았습니다. "오늘이 판공성사 마지막날인데 아무도 못하게 되어서..." 라고 말씀하시며 성냥에 불을 붙이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에 눈물이 스쳐갔습니다.

화단가운데 모아놓은 판공성사 4장 , 아들 며느리 두 손주이름의 판공성사표. 그리고 그 위에는 하느님께 보내는 할머니의 옛문투의 편지. 어제아침 판공성사를 보러 간다시며 곱게 단장하고 나가시던 밝은 그 표정과는 너무도 다른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중풍으로 잘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는 제 걸음으로 10분이면 갈 우리성당을 1시간넘게 걸려 걸어가십니다. 그렇게 걸음이 힘드시면서도 절대 봉성체는 사양하시며 당신걸음으로 힘들게, 그렇지만 기쁘게 성당을 다니십니다. 할머니의 신앙은 거의 순교적입니다. 그런데도 할머니의 가족들은 벌써 7년가까이 냉담중입니다.  매일 새벽 일어나 그렇게 정성스럽게 기도하시는데 우리 주님은 왜 그 가족들을 아직 부르지 않으시는지요.

 할머니의 소원은 오직 하나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아무리 라이터를 켜도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함머니와 얼굴을 맞대고 겨우 불을 붙여 판공성사표를 태우면서 할머니의 편지를 얼핏 읽었습니다.

....내가 죄가 많아서... 불에 그슬리며 타 들어가는 판공성사표를 바라보며 주보한장,반모임회보한장 고이 간직하시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 절대 헛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도 마당에 있는 잡초를 뽑으시며 정원을 가꾸시는 할머니를 뵈면 늘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할머니는 저의, 아니 저희동네의 천사이십니다.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산책을 나서는 할머니의 모습을 뵈면 정말 좋은일이 생길것같은 예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할머니는  "아니예요, 아니예요" 하며 손을 내저으시겠죠.

 

미카엘라할머니!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여든다섯까지는 사셔야한다구요. 올해는 꼭 할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질거예요. 그러니 편안하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하느님이 이 기도 꼭 들어주실거라고 저는 믿어요. 할머니도 믿으시죠.하느님도 듣고 계시죠.

 

오늘 게시판에 처음 글을 드렸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미카엘라할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주모경, 화살기도 한번씩 꼭 해주시길....

 

예수님의 수난을 마음깊이에서 느끼며 그분과 일치하고 그 다음에 오는 부활의 순간을 정말 기쁘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9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