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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손으로 그린 태극기 흔든 김헬렌(헬레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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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20 ㅣ No.284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손으로 그린 태극기 흔든 김헬렌(헬레나)씨

고개 끄덕이던 교황님, 한반도 평화 기원



김헬렌씨가 3월 27일 성베드로광장에서 교황에게 직접 그린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3월 27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앳된 얼굴의 김헬렌(헬레나, 20)씨는 종이에 그린 태극기를 들고 인파 속에서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현시간이 되자 교황이 성베드로대성전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대성전 근처에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었던 김씨는 태극기를 더 높이 들어올렸다.

마침내 교황이 앞에 멈춰섰다. 교황은 김씨에게 손을 내밀다가 태극기를 바라봤다. 김씨는 준비해둔 말은 많았지만 막상 교황과 마주하니 머리 속이 하얘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태극기만 더 높이 들어올렸다.

교황은 태극기와 태극문양 밑에 김씨가 직접 쓴 'KOREA'라는 글자와 김씨 얼굴을 찬찬히 훑어봤다. 그리고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30초가 채 안 되는 짧은 만남이었다. 4일 뒤 부활대축일 미사를 주례한 교황은 "아시아,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대립을 극복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길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를 특별히 기원했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 중인 김씨를 15일 인터넷 메신저로 인터뷰했다. 김씨는 "그날의 가슴 벅찬 감동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교황님이 제 간절한 마음을 알아채시고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신 거라면 정말 큰 은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런던에 있는 가톨릭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김씨는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성주간에 바티칸에서 열리는 '유니브'(UNIV)라는 청년행사에 참가했다. 유니브는 세계 각국 대학생과 청년이 모여 교황을 알현하고, 주요 성당을 순례하며 부활대축일을 지내는 행사다.

김씨는 "부모님한테 '요즘 북한 위협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교황님도 우리나라 상황을 아시고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태극기는 성베드로광장에 도착해서 급히 그린 것이다. 교황이 태극기를 보면 한국을 기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씨는 "교황님이 내 손을 잡아주시는 순간, 현실이 믿기지 않고 감격스러운 마음뿐이었다"며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인상이 훨씬 인자하셨다"고 말했다.

"수없이 연습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교황님은 제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고개를 갸웃거리시면서도 계속 기다려주셨어요. 그래도 말이 없으니까 태극기를 유심히 보시고는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시고 가셨어요."

김씨는 그날밤 숙소에서 눈물을 쏟았다. 아무말도 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했지만, 교황을 만난 감동이 좀체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교황님을 만난 후 신앙심이 더 깊어진 것 같다"며 "교황님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1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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