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6주일(나해) 요한 15,9-17; ’24/05/05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4-12 ㅣ No.5745

부활 제6주일(나해) 요한 15,9-17; ’24/05/05

 

 

 

 

 

어떤 분들이 가끔 오셔서 한탄 섞인 하소연을 합니다. “왜 나는 이렇게 작게 태어났는지?” “왜 나는 둘째로 태어났는지?”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났는지?” “왜 나는 심장이 허약하게 태어났는지?” “어찌 보면 나만의 특징일 수도 있는 인생이 지금 살기엔 왜 그리 버거운지 모르겠습니다.” “뻔히 남들도 다 힘들게 사는 것을 알면서도 나만 더 어려운 것 같아 더욱 힘겹습니다.” “생각해 보면 주님께서 나에게 정말 차고 넘치게 주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족하고 모자란 것 같아 섭섭하고 허전하기만 합니다.” “남들과 비교되니 더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이해나 협조는커녕, 내 삶을 입방아와 술 안줏감으로 씹어대니 더 힘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6,9)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것에 대한 표양을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보여주십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10) 그렇게 아버지 하느님과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바로 기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11) 그 기쁨을 얻기 위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 주님의 계명은 바로 사랑이라고 강조하십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2)

 

실천적인 면에서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 속에 담긴 섭섭함과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주님께 기도드리십시오. 단순히 미사에 참례하고 묵주기도에 그치지 않고, 매일 규칙적으로 성전에 와서 한 시간가량 기도하십시오. 성체조배를 하면서 주님께 하소연과 불평과 불만 그리고 원망과 맺힌 한들을 풀어주시기를 간청하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면 그저 마음만 편할 수 있지만, 주님께서는 우리의 하소연을 들어주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전히 해소해 주십니다. 내 마음이 다 풀어지고 주님 사랑으로 녹아날 때까지 매일 성체조배를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아픔이 가시고, 주님 사랑으로 새로 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주님과 함께하자고 부르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성체조배를 하면서 편안해지고, 주님의 힘과 위로를 받습니다.

성체조배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또 내가 할 일을 주님께서 대신 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듯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체조배를 하고 난 다음에는 제가 제 앞에 닥쳐온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그 일을 수행할만한 힘과 위로를 주님께서 주시고 계신다고 느낍니다.

저는 우리가 성체조배를 하는 동안, 이런 은총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세상 어느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고, 칭찬해 주지 않아, 외롭고 허망해하는 우리를, 주님께서 인정해 주고, 사랑해주고, 안아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세상 어느 누구와 어느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아 허전하고 지친 우리를, 주님께서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셔서 충만하게 해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세상사와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상처와 모욕을 받아 지치고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픈 우리를, 주님께서 어루만져주시고, 위로해주셔서 회복시켜 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몸과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우리를, 주님께서 주님 사랑의 거룩한 품으로 끌어안아 주셔서 치유시켜 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세상 물질과 권력과 명예의 유혹 속에서 헤매는 우리를, 주님께서 진리의 빛을 비춰주시어 바른길로 인도해 주시고 인간이 걸어갈 길을 걷게 해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인생의 갖가지 갈증으로 목마른 우리를, 주님께서 생명의 양식과 음료로 적셔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불안한 미래 때문에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를, 주님께서 믿음으로 지켜주시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 걱정하고 기도하는 우리를, 주님께서 세상 모든 사람과 자연 피조물이 함께 공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공동선을 발견하여, 복음의 길을 걷도록 변화시켜 주십니다.

 

성체조배를 하면서 얻은 힘과 위로로 현세에서 닥치는 예기치 않은 사건과 상황들을 마주하고 행하며, 또 그 결과를 다시 성체조배를 하면서 교정하고, 재도전하고, 지속적으로 복음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습니다.

 

성체조배를 하면서 바로바로 주님의 뜻이 떠오르지 않고, 또 주님의 뜻이 떠오른다고 해도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고 진실하게 주님께서 비춰주시고 일러주시는 복음 말씀을 실천하면서 나아가면, 잘 풀어집니다.

 

때로는 우리가 복음의 길을 걸어나가면서, 겪어야 할 것을 다 겪고, 복음의 길을 걸어나가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십자가의 길을 수용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주님의 사랑 안에 있기에 기쁨 안에 걸어갈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10)

 

비록, 현세에서 지금 당장 풀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주님께서 주님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내려주시는 잔잔한 기쁨과 평화 속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시기 때문에, 오늘을 비통스러운 낙담과 좌절에 빠지지 않고 평안히 지낼 수 있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성체조배에서 얻은 주님의 뜻이 내 생각일 수도 있고, 세상에서 들은 좋은 말일 수 있으며, 심지어는 괜찮아 보일 정도로 혹하는 악마의 장난일 수 있어도, 성체조배를 하면서 복음을 수행하다 보면, 주님의 뜻과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고, 설사 주님의 뜻과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에, 큰 어려움이나 심각한 사고나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피하며,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29)

 

모든 분들이 성체조배를 한다고 해서 저와 같은 체험을 하리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성체조배 기도가 맞는 분들은 성체조배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내게 성체조배 기도 방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 체험해 보시는 데도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습니다.

 

성체조배를 하기 위해서는, 성당까지 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하루의 일부분을 봉헌해야 하는 시간도, 내가 하고 싶고 해야하는 당장 내 앞에 닥친 일들들 뒤로 미루고 주님 대전에 나아와야 하지만, 주님께서는 몇 배로 갚아 주십니다. 때로는 기도하면서 바친 시간을, 내 삶의 일상에서 집중하고 깊이 들어가게 해주셔서, 질적으로 향상된 열매로 갚아 주십니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30)

 

셩체조배가 잘 맞지 않는 분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기도방식을 찾아서 몰두하시면, 주님과 함께하는 기쁨을 얻으시리라 믿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

 

어떤 기도를 하시던지, 여러분 삶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주님을 꼭 만나고 싶고, 함께하고 싶고, 주님과 함께할 때 얻을 수 있는 잔잔한 기쁨과 평화를 누리고 싶고, 진정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힘과 위로를 받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으로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무 기도나 노력도 하지 않고,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 행복한 상태를, 세상과 다른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면서 아까운 시간과 열정을 소비하지 말고, 주님께 가까이 다가서시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나와 함께 살고, 함께 일하면서 겪게 되는,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비극적으로 마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주님 대전에 나아와 기도한다고, 단시일 내에 성인 성녀가 되도록 해주지 않으시고, 이웃들에게 거룩한 천사처럼 보이지도 않고, 늘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행동하지 못해도, 끊임없이 기도하고 충실히 복음의 길을 걷다 보면, 주님께서 허락하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미래의 그 어느 날, 우리는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기쁨이 충만하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잃어버린 아들이 돌아오기를 동네 어귀까지 나가서 기다리시듯이, 우리가 주님 대전에 나아와 기도하면서 주님과 함께하기를 바라십니다.

여러분이 주님 사랑 안에서 평안하고 기쁘게 살아 나가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오늘 어린이날, 자녀들과 함께 주님께서 허락하시고 축복해 주시며, 나눠주신 행복을 누리십시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

 

부활 제6주일 꽃꽂이

https://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3&id=194822&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