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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보고]지하철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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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2-10-16 ㅣ No.3066

오늘은 조금 한가한 오후를 보냈어요.

 

김 신부님은 여성 울뜨레야와 산행에 나섰고

 

허 신부님은 제단 봉사회 (이제는 복사단 어머니회) 총회를 마치고

 

엄마들과 식사하러 나갔지요.

 

홀로 외톨이가 된 저는 외로이 혼자 점심을 먹고

 

제가 종종 찾아가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건대 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타려고 하는데

 

난 데 없이 불심검문에 걸렸습니다.

 

나이 어지간히 먹은 사람이

 

까무잡잡한 얼굴에

 

노 넥타이로

 

시꺼먼 바지를 입고, 시꺼먼 자켓을 걸치고

 

오늘 손에 잡지책 하나 들고

 

눈은 부리부리,

 

어깨는 한 쪽으로 쳐져 있고

 

걸음은 폼나게 걷는 것이 무척이나 수상쩍었나봐요.

 

포천 농협 강도처럼 보였는지도 모르죠.

 

 

기분이 묘하데요.

 

머리에 피도 안마른 듯한 전경(?), 혹은 경찰(?) 두 녀석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거였죠.

 

 

원래 경찰의 이 요구에 불응할 수 있는 시민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대학생 사목할 때 아이들에게도 그 사실을 주지시켜 주곤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귀찮은 게 싫어서 신분증을 보여 주었죠.

 

 

물론 조용히 한 마디 했어요.

 

"자네들, 내가 자네들보다 더 잘 생겼다고 이러는건가?"

 

속내를 들켜버린 젊은 친구들이 꽤나 당황하더라구요.

 

 

 

한국 경찰은 왜 그런지 몰라요.

 

경찰 뿐만이 아니죠.

 

조금 잘 생기면 이렇게 피곤하다니까요.

 

 

이 글을 읽으신 소크라테스 선생님 말씀하시네요.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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