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긴급보고]지하철에서 생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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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한가한 오후를 보냈어요.
김 신부님은 여성 울뜨레야와 산행에 나섰고
허 신부님은 제단 봉사회 (이제는 복사단 어머니회) 총회를 마치고
엄마들과 식사하러 나갔지요.
홀로 외톨이가 된 저는 외로이 혼자 점심을 먹고
제가 종종 찾아가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건대 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타려고 하는데
난 데 없이 불심검문에 걸렸습니다.
나이 어지간히 먹은 사람이
까무잡잡한 얼굴에
노 넥타이로
시꺼먼 바지를 입고, 시꺼먼 자켓을 걸치고
오늘 손에 잡지책 하나 들고
눈은 부리부리,
어깨는 한 쪽으로 쳐져 있고
걸음은 폼나게 걷는 것이 무척이나 수상쩍었나봐요.
포천 농협 강도처럼 보였는지도 모르죠.
기분이 묘하데요.
머리에 피도 안마른 듯한 전경(?), 혹은 경찰(?) 두 녀석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거였죠.
원래 경찰의 이 요구에 불응할 수 있는 시민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대학생 사목할 때 아이들에게도 그 사실을 주지시켜 주곤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귀찮은 게 싫어서 신분증을 보여 주었죠.
물론 조용히 한 마디 했어요.
"자네들, 내가 자네들보다 더 잘 생겼다고 이러는건가?"
속내를 들켜버린 젊은 친구들이 꽤나 당황하더라구요.
한국 경찰은 왜 그런지 몰라요.
경찰 뿐만이 아니죠.
조금 잘 생기면 이렇게 피곤하다니까요.
이 글을 읽으신 소크라테스 선생님 말씀하시네요.
"너 자신을 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