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지하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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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영 [goodforyou] 쪽지 캡슐

1999-10-14 ㅣ No.312

 

 

 

        가을이 점점 깊어갑니다.

        나무들이 점점 노랗게 물들어가는 것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들도 아무말 없이 하나 둘 떨어지겠지요....

         

        오늘 저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여러분들께도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오늘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 안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온갖 사람들의 모습이 다 있습니다. 제가 지하철을 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건을 파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저는 좋아합니다. 그 상자 안에서 어떤 물건이 나올까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물건을 사 드리기도 합니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부럽기 때문입니다.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그분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전부입니다.)

        아무튼 천차만별의 온갖 사람들의 모습을 지하철이라는 그 공간 안에서는 만날 수 있습니다.

        삶의 모습이 있는 공간입니다. 살아있는 세상입니다.

         

        서울의 지하철은 한가한 시간이 이제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출근 시간만큼 붐비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몸을 기대 서있어야만 하는 지하철 안에서 저는 오늘 한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아기를 안은 아기엄마에게 저는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그 아기엄마는 자리에 앉자 칭얼대는 아기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저는 그 모습에 순간 놀라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누가 볼까봐 내가 다 창피하여 주위를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러나, 그 아기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아기는 곧 칭얼거림을 멈추고 열심히 엄마의 젖을 빨며 잠을 청했습니다. 아기가 꽤 컸기 때문에, 옆의 한 아주머니께서 아기가 큰 것 같은데 아직도 젖을 물리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아기엄마는 "2년은 먹여야 좋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요즈음 엄마들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런 공공 장소에서 젖을 물리는 엄마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엄마는 아기에게 좋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당당한 엄마의 모습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당당한 엄마의 모습! 정말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

        그 모습을 저는 오늘 보았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안고 계시는 성모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오늘 저는 보았습니다.

         

        10월은 로사리오 성월, 우리 모두의 어머니 성모님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 사랑을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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