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어느 사제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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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0-04-08 ㅣ No.13

저는 양이오니, 주님은 저의 목자시니라.

 

 

 

주님,

주님은 제가 주님께 저를 바치겠다고 처음 결심했을 때,

제게 행복을 안겨 주셨습니다.

훗날 그 때의 저를 보셨던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던 것같이

그 때 저는 제일 편안했고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은 인간이 주님과 함께 할 때 얻을 수 있다던 바로 그 행복이었습니다.

저는 그 행복을 주님께로부터 받았습니다.

 

주님,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는 단 한가지 일만 있었습니다.

주님의 일은 바로 저를 향한 주님의 사랑 그 한가지였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저의 매 순간 매 자리에 함께 해주셨음을 제가 압니다.

제가 양이고자 했을 때 주님은 저의 목자가 되주셨습니다.

제가 주님께 다가서려고 했을 때 주님은 저를 끌어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을 알고자 했을 때 주님은 저를 깨우쳐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을 뵈옵고자 했을 때 주님은 저에게 드러내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을 느끼고자 했을 때 주님은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제가 주님께 저를 바쳤을 때 주님은 주님 자신을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교리를 가르칠 때 주님의 지혜를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미사를 드릴 때 주님의 생명을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성사를 집전할 때 주님의 권능을 주셨습니다.

제가 환자를 방문할 때 주님은 기적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제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주님은 제 입을 열어 당신을 찬미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제가 곤경 중에 있을 때 주님은 제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제가 악에게 시달리고 있을 때 주님은 제 대신 싸워주셨습니다.

제가 분노와 갈등으로 밤을 지새울 때 주님은 휴식을 주셨습니다.

제가 혼자 있을 때 주님은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제가 고독해할 때 주님은 천사를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텅비고 허전해진 가슴으로 먹을 것을 찾아헤맬 때 주님은 말씀으로 배불려 주셨습니다.

제가 목말라 할 때 주님은 성체성사로 적셔주셨습니다.

제가 실수했을 때 주님은 못본체 해주셨습니다.

제가 피곤에 지쳤을 때 주님은 제 대신 일해주셨습니다.

제가 잘못했을 때 주님은 채워주셨습니다.

제가 유혹 중에 있을 때 주님은 안쓰러워 어쩔 줄 모르셨습니다.

제가 유혹에 걸려 넘어졌을 때 주님은 다시 일으켜주셨습니다.

제가 다시 또 범죄하였을 때 주님은 저와 함께 아파하셨습니다.

제가 거듭 범죄하여 수치감과 죄책감으로 시달리고 있을 때 주님은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제가 제 죄의 무게에 짓눌려 절망했을 때 주님은 저에게 생기를 주셨습니다.

제가 주님 곁을 떠나 도망치고 싶을 때 주님은 성령의 힘으로 나를 휘감아 나도 모르는 새에 다시 주님 앞에 앉아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주님은 제가 다시 주님 사랑의 빛 안으로 나오도록

저를 용서해주시고

저를 끌어내주시고

이 모든 일들을 저에게 겪도록 하심으로써

저를 거룩하게 만들어 주시고 계십니다.

이 모든 제 생애의 순간 순간들이 그리고 저의 전 생애의 역사가

주님의 오묘한 섭리 안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주님 앞에 다가와서 청합니다.

주님이 제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와

주님이 저와 함께 해 주셨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며 청합니다.

말씀으로 저를 일러주시고

성체성사로 먹여주시는

주님 앞에 서서 청합니다.

주님, 저를 받아 주소서.

 

저는 주님밖에 매달릴 분이 없어서 주께 부르짖습니다.

저는 제가 바라는 것을 세상 그 어느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주님께 청합니다.

저는 제가 바라는 것을 주실 수 있는 분이

주님뿐이시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주님께 청합니다.

저는 주님이 하시고자만 하시면

저에게 주님을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주님께 청합니다.

제가 주님의 일을 할 때 제가 주님의 사랑 안에 있게 되고

그 사랑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살아왔기 때문에 주님께 청합니다.

주님 저를 복음의 사도로 써주소서.

 

제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을 지펴주시어

주를 사랑하게 해주소서.

언제나 주께 다가와 주를 모실 수 있도록

저를 불러주소서.

주는 내 영혼의 주인이십니다.

주여 제게 왕하셔서 저에게 당신이 원하신 일을 하소서.

아멘.

 

 

 

 

 

천주강생 1996. 6. 29  

사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축일에

선한목자예수수녀회 종신서원식에서

심  흥  보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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