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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민 [h-mingo] 쪽지 캡슐

1999-07-08 ㅣ No.231

  이 글은 지금 합동 분향소에서 모든 지난 시간과 기억을 되살려서라도 조금이라도 함께 조카와 있고 싶어하는 우리 본당에서 풍물패와 청년성가대 활동중인 신경숙(아그리피나) 자매님이 쓴 글입니다. 저는 그 분의 부탁으로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구요. 너무 가슴 아픈 일들이 많기 때문에 무관심하고 싶은 날들이지만, 하지만 말이에요.

그런 일들의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의 무관심이 만들어 낸 일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는 순수한 아이들과 미래를 담보로 우리의 모습들을 반성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과 형민이의 사진을 올립니다.

 

도움과 위로의 글을 주실 분은 appy3@chollian.net으로 멜 보내주시구요.

 

 

<씨랜드 참사로 하늘나라로 간 조카를 그리워하며>

 

◎ 이형민, 남, 7세

  ·별명 : 똘똘이, 발발이(가만히 있지 않고 뛰어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함)

  ·취미 : 로보트 만들기, 책읽기

 

형민이는요. 곱슬머리고 피부는 검은 편이고 피부가 좀 안 좋아서 잘 긁는 편이예요.

그래서 엄마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죠. 그래도 얼마나 엄마를 끔찍히도 생각하는지 엄마 아프다고 하면 머리도 만져주고 안마도 해주기도 한 효자 아들이었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엄마 더 자라고 자기 혼자 일어나서 화장실 가고

냉장고에서 우유 꺼내먹고 여동생 진솔이(4살)도 잘 돌봐주었어요.

거의 매주 저희 집에 놀러오는데 캠프 떠나기 전날인 일요일(6월 28일)에도 놀러왔었는데 저만 늦게 집에 들어오는 바람에 보지 못했어요.

저희 집에 오면 컴퓨터 게임 알라딘도 하고 직접 한글도 입력해서 자기 집 주소랑 이름이랑, 전화번호랑 그리고 여자친구 이름까지 쳐서 프린터로 출력까지 했었는데.....

이 못난 이모는 컴퓨터 고장난다고 야단치고 못하게 한 게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습니다.

형민이는 닭싸움도 잘하고 말도 참 조리있게 잘해요. "근데.....있잖아.....왜....."등등 자기 의사표시를 말로 잘 표현하고, 물어보기도 잘 한답니다.

형민이가 한 말 중에 기억나는 말이 하나 있군요.

 

  이모 : "형민아, 너는 '톰과 제리'중에 누가 더 좋아?"

  형민 : "있잖아, 나는 '톰과'가 더 좋아....."

 

순수하고 귀여운 우리 형민이 너무 예쁘죠?

조카를 먼저 보낸 이모로서 무엇을, 어떻게, 형민이를 위해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칠년도 채 살지 못한 형민이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시길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형민이와, 형민이와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간 어린 영혼들을 위해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형민아,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우리 꼭 만나자.

이모 그때까지 형민이, 잊지 않을께..........

 

형민이를 사랑하는 이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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