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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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모 [mesa] 쪽지 캡슐

1999-03-07 ㅣ No.238

- 회장을 물러나며 여러분께 드립니다. -

 

여러분..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임기를 반도 마치지 못

하고 이런 글을 여러분께 남기려니 정말 여러분께 죄

송하기만 합니다.   7월에는 멀리 일산으로 이사까지

가기로 되어 있어서 이미 문정동과의 연은 다 한 것만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그동안 능력 없는 저를 믿고 많은 도움을 주셨음에 다

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제 새 회장과 부회장이 우

리 문정동을 이끌어 가게 되겠지요.  정말 그 분들을

위해 많은 기도를 드릴께요.

 

요새 우리 성당의 모습은 작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

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하더

라도 다른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청년은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도 잘 모를 뿐더러 아예 자기와는 상관

없는 사람인 양 대하던 그런 부끄러운 모습들이 거의

없어진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때 멀어져야 한

다는 사실이 정말 억울하고 화나고 또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9년 전 1학년 때 처음으로 젊은이들이 모여 참으로 즐

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가 생각 납니다.  그 때는 아무

것도 몰랐고 또 그랬기에 어려웠고 힘들었을 때도 그

게 무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 대해 점점 깨닫게 되고 한계에

부딪힘을 느끼게 되고..  그런 것 들이 없었다면 우리

지금 좋은 모습은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이제 떠나는

사람이 이런 말을 지껄이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저..  문정동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저.. 여러분들

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지금 아주 기쁜 마음으로 쓸 수

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하십시오.

자기와는 많이 틀리다거나 자기의 바람대로 어떤 사람

이 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미워하거나 멀리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건 있는 사랑은 결코 사랑

이 아니며 하느님 앞에서 통할 수 있는 변명의 여지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선후배, 동기, 어른 분 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십시오.

우리는 이 곳에서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냥 젊은 날 잠시 알다 잊혀질 사이로 만날 거라면

지금부터 서로 존대말을 하며 존칭을 붙이십시오.

우리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을 필요 없다며 버리는

것일 겁니다.

 

자기가 왜 성당에 나오는가 고민하십시오.

어떤 재미거리나 행사만을 목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언

젠가 어떤 사건이나 계기로 크게 후회 할 수 있으며

바로 교회를 떠나게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신부님, 수녀님이나 선배님들, 동기들과 스스

럼 없이 바로바로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좀 더 적극적이 되십시오.

항상 누군가가 십자가를 지어야 할 일이 있을 때 `나는

그런거 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 거 하는 사람은 따

로 있어` 라고 자기 자신을 못박아 놓고 있는 사람들..

분명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맞는 달란트를 주셨지만

희생과 봉사.. 그리고 노력에는 개인차가 존재하지 않

습니다.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좀 혼나거나

망치면 어떻습니까..   하느님은 결코 행사 평가서를

보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자발적인 활동을 하십시오.

누구에게 전화가 와서 마지못해..  누군가 시켜서 마지

못해..  그런 행동들은 어느새인가 습관이 되어버려 자

신을 크게 망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열심히 봉

사 하려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하지만 봉사와 희생을

즐기십시오.   자기가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성가를 부

르거나 독서를 하는 동안 기쁨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

다면 아직까지 봉사와 희생을 즐길 줄 모르는 것일 겁

니다.

 

새로운 회장님 말씀 부디 잘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회장이랍시고 설치고 다녀도 별 말씀(?) 없

으셨던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숙여 감사 드릴께요.

올해 할 많은 일들.. 얼마나 즐거울까요..  그렇지요?

 

                        - 요한 보스꼬 올림..

 

 

정말 문정동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었지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노는거에 목을 매고 단체를 두개도 모

잘라서 세개까지 할려고 했었고 아주아주 유치한 이유로 냉담자가

될 뻔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을 미워하기도

했었고, 교사를 할 때는 매번 캠프마다 어찌나 학생들이 마음을 찡

하게 하는지 한번도 빼 놓지 않고 캠프화이어 앞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군에 갈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 주었고 항상 관심 가져 주

었으며 제대 후에 고학년이라는 핑계로 성당에서 도망갈려고 할 때

도 모두들 저를 잡아 주었습니다.

 

제가 성당 일이 너무 힘들어 아무에게나 짜증을 내고 이리 저리 비

꼬면서 말을 해도 항상 여러분께서는 저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명동성당 고해소에서 발길을 돌렸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이 자신을 질책하며 안타까워 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이 스스로는 못났다고 생각하면서도 남 앞에서는 잘난 체 하고

뒤 돌아 후회했는 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이.. 지난 추억을 그리

워 하고 또 되씹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 께서는 또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지 모릅니다.  지금 저

에게 문정동을 떠나게끔 하신 것도 나중에 더 진한 인연을 이어

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정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항상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밑에.. 는 낙서랍니다.  부활절에 뵙지요..

 

 

그리 되고 싶었던 스물을 넘길때

꽤 많은 꿈들 중에 어느 것을 이뤄야할지 몰랐네..

사랑 알게 되면서 노래를 만들고

어느 새 그 노랠 매일 부르는 일을 하게 되었지

 

사람들은 다행히 내 노랠 좋아 해주었고

내 꿈을 택하게 해 줬지

난 서슴없이 예전 나의 얘기들을 즐기며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잊으려고 했었던 지난 날은 이젠 기억해 내야 만 하는

비싼 시간이 되었네..

가끔은 그럴 듯 해 보이는 얘기들을 밤을 지새우며 만들어

뿌듯한 듯 웃음 지었던 서글픈 나의 이십대..

 

스무살을 바로 접어들 때 한 친구 떠나가며

우정과 생명 깨닫게 해 줬고

몇해뒤 그제서야 사랑 알게 됐던 뭐든지 조금씩 늦었던 시절

유난히도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어 든든해 했었던 운좋은

후회할 수 만은 없는 시간들..

그저 노래가 좋아 부르다 남들보다 늦게 떠나기에 조금은

이르게 뒤돌아 보는 소중한 나의 이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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