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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열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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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apw] 쪽지 캡슐

2001-01-09 ㅣ No.45

떠들썩 하던 밀레니엄의 열기도 사라졌다. 대희년의 기쁨은 겉으로가 아니라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제 지난 해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세월의 열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지난 세기의 일을 주님께 보고하며 그 한 삶을 봉헌했을 것이다. 대희년의 축복을 안고 열차에서 내린 그들을 부러워 했다. 많은 자비와 용서가 그들을 감싸 주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이천 일년의 새역으로 출발 하였다. 벌써 부터 내리기 시작하였다. 세월은 쉼없이 계속 달린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곧장 목적지를 향하여 달린다. 조용히 잠자리에 들면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지치지도 않고 여전히 뛰는 심장 소리가 생명의 살아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렇다. 얼마나 많은 박동을 나를 위해 뛰어주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심장은 뛰고 있는 것일까?  어느날 그가 일을 멈추는 때 나는 이 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그는 내게 물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뛰어 주었는데 너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고...

 열차 안은 여전히 어둡고 침침하다. 전등 불빛이 비치고 있다. 때로는 태양 빛이 창문을 통하여 들어온다. 떠들석하고 각가지 사건 사고 소식과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뒤범벅이가 되어 들려온다. 서로가 옳고 진리이고 행복을 준다고 말한다. 어지럽게 삶의 욕망을 느끼며 바둥거린다. 이제 조용히 그분 앞에 앉아 좀 쉬어야겠다. 피곤한 몸을 그분께 마끼고 조용히 쉬고 싶다.

 걸어온 내 길이 세월의 열차 안에서 남긴 발자국을 보면서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라도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분연히 일어서야 겠다. 새해에도 부지런히 씨 뿌리고 김매고 잘 가꿔 많은 열매를 맺는 농부 처럼 부지런한 한 해가 되도록 해야겠다. 내릴 때 보따리가 풍성하게 해야겠다. 그분의 문 앞에 서서 찬란한 빛 속에 나를 환호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분께 가고 싶다.

 주님 새해도 세월의 열차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는 한해가 되게 당신의 성령으로 인도하여 주십시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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