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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권의 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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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godspirit] 쪽지 캡슐

2003-03-17 ㅣ No.3735

’모두는 괜챦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했다. 그리고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났다. 속죄를 위해서였다. 속세에 살면서 속세를 바꾸는 게 속죄라 믿었다.

 

그가 안기부 지하실에 끌려간 건 1988년이었다. 전대협의 실질적 배후였다. 건대사건에 이은 두번째 구속이었다. 그는 갖은 고문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달을 버텼다. 그러나 그도 사람이었다. 결국 친구 두명의 이름을 불고 말았다. 배신이었다. 그것은 그에겐 지울 수 없는 평생의 가책이 됐다. 그의 인생도 바뀌는 계기가 됐다.

 

안희정. 노무현 정권의 최고 실세 중 한 사람, 이론가이자 운동가이다. 그럼에도 그는 청와대로 가지 않았다.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란 한직을 맡았다. 그에게는 파계승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속세의 그늘진 곳까지도 파고 든다.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산에 있는 그를 볼 수 있다.

 

80년 봄이었다. 서대전 고등학교 1학년생인 안희정은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 다짜고짜 따졌다. "불량 학생을 학교가 교화시킬 생각은 안하고 삼청교육대로 보내는 게 말이 됩니까. 이게 학교입니까."

 

그 일로 안희정은 제적됐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성암고에 재입학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자퇴한다. 그리고 청계피복노조 야학을 들락거린다. 낮에는 유인물을 돌리고 밤에는 토론을 했다. 대입검정고시도 순전히 학생운동이 하고 싶어서 봤다. 그는 고대83학번이다. 그러나 그는 합격자 발표 이틀 전에 이미 이념서클에 가입했다. 떨어지면 가짜학생이라도 하면서 학생운동을 하려했다. 그는 학생운동권의 실질적 배후였다. 학생회나 전대협을 뒤에서 움직였다. 그는 한번도 자기이름을 노출시킨 적이 없다. 가명을 쓰며 점조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결국 5년 뒤 덜미를 잡혔다.

 

그는 친구의 이름을 불었다는 자책감으로 운동권 지도부를 떠났다. 그리곤 조력자의 역할을 자임했다. 정치판에 뛰어든 건 그 때문이다. 결과는 조력이 주력을 앞질렀다. 집권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변하지 않았다면 나는 민노당이나 민중당 하다가 조용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 변해왔습니다. 그랬기에 오늘이 있는 겁니다."

 

노무현은 그를 ’젊은 동업자’라고 불렀다. 실제로 노무현에게 안희정은 비서가 아니었다. 목표를 공유한 동반자였다. 그랬기에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용됐다 생각하면 몸부터 사렷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목표는 노무현의 집권이 아니다. 그것이 목표였다면 그는 청와대로 갔을 것이다. 목표는 이 땅의 50년 주류세력을 바꾸는 거라 했다. 그러자면 노무현 정권 5년으로 모자라단 논리다. 그가 당에 남아 총선을 준비하는 이유다. 사람을 모아야 하고 그러자면 의원직도 필요하단 것이다.

 

안희정. 그는 노무현 정권의 전도사다. 세상이 바뀜을 알리려 한다.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이 그가 말하는 새 세상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의 변화가 오늘을 만들었듯 또 한번의 변화가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변할 때 남도 변한다. 함께 하는 변화가  함께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

 

- 이상은 오늘자 중앙일보에 난 정치전문 기자의 정치보기 기사내용이다.

 

 

이 글을 읽으며 한 이론가의 모습이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고뇌하는 한 신앙인 같은 모습으로 가슴 깊이 전해지는 것은 아마 내가 정치에 문외한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종교같은 세상, 세상같은 종교로 혼란스러운 때 우리는 교회의 울타리 밖에서도 드러내시는 시대적인 징표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살피며, 우리를 추스려나가야 할 것 같다.

 

’스스로의 변화가 오늘을 만들었듯 또 한번의 변화가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변할 때 남도 변한다. 함께 하는 변화가  함께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세지로 들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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