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4동성당

[연중 제26주일]죄짓게 하거든 (마르 9,38-43.45.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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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업 [rlawhddjq] 쪽지 캡슐

2018-09-29 ㅣ No.127

 

2018.09.30

 

[연중 제26주일]죄짓게 하거든  (마르 9,38-43.45.47-48)

 

 

주님께서는 모세와 말씀하시고 그에게 있는 영을 일흔 명의 원로들에게 내려 주신다. (민수 11,25-29)
그 무렵 25 주님께서 구름 속에서 내려오시어 모세와 말씀하시고, 그에게 있는 영을 조금 덜어 내시어 일흔 명의 원로들에게 내려 주셨다. 그 영이 그들에게 내려 머무르자 그들이 예언하였다. 그러나 다시는 예언하지 않았다.
26 그때에 두 사람이 진영에 남아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엘닷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메닷이었다. 그런데 명단에 들어 있으면서 천막으로 나가지 않은 이 사람들에게도  영이 내려 머무르자, 그들이 진영에서 예언하였다.
27 한 소년이 달려와서, “엘닷과 메닷이 진영에서 예언하고 있습니다.” 하고 모세에게 알렸다.
28 그러자 젊을 때부터 모세의 시종으로 일해 온,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말하였다. “저의 주인이신 모세님, 그들을 말리셔야 합니다.”
29 모세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


야고보 사도는 부자들에게,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으니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울라고 한다. (야고 5,1-6)
1 자 이제, 부자들이여! 그대들에게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우십시오.
2 그대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먹었습니다.
3 그대들의 금과 은은 녹슬었으며, 그 녹이 그대들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고  불처럼 그대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그대들은 이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
4 보십시오, 그대들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곡식을 거두어들인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 귀에 들어갔습니다.
5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사치와 쾌락을 누렸고, 살육의 날에도 마음을 기름지게 하였습니다.
6 그대들은 의인을 단죄하고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대들에게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반대하지 않는 이는 당신을 지지하는 이라고 하신다. (마르 9,38-43.45.47-48)
그때에 38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4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42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43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5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7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8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

 

연중 제26주일 2독서 (야고5,1-6)

 

"그대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먹었습니다.

 그대들의 금과 은은 녹슬었으며, 그 녹이 그대들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고

 불처럼 그대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그대들은 이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 (2-3)

 

야고보서 수신자들이 살던 지역의 당시 부자들이 축적한 부의 대상물은

곡식, 호화스러운 옷, 값비싼 금과 은들이었다.

여기서 '재물'로 번역된 '플루토스'(pllutos; richedl wealth)당시

부의 척도가 되었던 '곡식'을 의미한다.

 

그런데 야고보는 이것들 모두가 '썩었고'('세세펜'; sesepen; are corruptes;

has rotted), '좀 먹었으며'('세토브로타 게고넨'; setobrota gegopen;

are moth-eaten; moths have eaten), '녹이 슬어버렸다'('카티오타이';

katiotai; is corroded; is cankered)고 말한다.

 

여기서 그들이 축적한 부의 쓸모없음을 표현한 '썩었고'로 번역한 '세세펜'(sesepen)

'좀 먹었으며'로 번역한 '세로브로타 게고넨'(setobrota gegonen), 3절에서

'녹슬었으며'로 번역된 '카티오타이'(katiotai)  동사 모두가 완료시제이다.

희랍어 문법에서 완료시제는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완료된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재물은 썩었고'라는 것은 불의한 부자들이 자신의 곡식을 가난한 자들과 나누지 않고

그것들을 창고에 쌓아 놓기만 해서 쓸모없이 이미 썩어버렸음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썩어서 버릴 만큼 많은 재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자들을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옷은 좀먹었습니다'라는 것은 입지 않고 옷장에 보관해 둔 옷이

너무 많아 좀 먹을 정도였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당시 의복은 재산 중 큰 가치를 차지했는데(마태5,40; 사도20,33) 좀이 먹어

입지 못할 정도로 옷이 많았으며, 자신에게 필요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그들의 공동체 내의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았던 것이다(야고2,2).

 

그들이 소유한 것들은 모두 영원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이 세상에 살 동안 잠시 잠깐

있다가 사라지게 될 아주 일시적인 것들에 불과함에도, 그들은 그것들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 것처럼 아끼고 또 아꼈다.

 

그래서 야고보는 '썩었고', '좀먹었으며', '녹슬었으며'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바로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부가 궁극적으로는 전혀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다(루카12,16-21; 사도20,35; 마태6,19-21참조).

 

'그대들의 금과 은은 녹슬었으며'

 

부자들은 금과 은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야고보는 그것들이 모두

녹슬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금은 녹이 슬지 않는 물질이다.

 

여기서 '카티오타이'(katiotai)라는 동사는 분명히 금속이 녹이 스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따라서 3절의 이 표현은 상징적 표시로서, 불의한 부자들이 다량 소유하고 있는

금과 은이 가난한 자들 및 필요한 자들, 그리고 그들이 고용하여 일한 자들에게

나누어지지 않음으로 해서 쓸모없게 되어버렸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좋다.

 

불의한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금과 은이 그것을 주신 하느님의

본래 의도에 맞게 쓰여지지 않았으며, 그런 자들은 하느님 대전에

그들이 인정받는데 어떠한 효용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녹이 그대들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고

 불처럼 그대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그 녹이'에 해당하는 '호 이오스 아우톤'(ho ios auton)'그것들의 녹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사용된 복수 인칭 대명사는 그들이 활용하지 않은 재물들이 많았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되고'에 해당하는 '에스타이'(estai)직설법 미래 시제 동사로서

확실하게 발생하게될 미래의 사실을 지칭한다.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금과 은의 녹이 그들에게 증거가 될 것이라는 표현은

후에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심판을 내리실 때에 바로 그것들이 부자들을

고발하고 단죄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그것들이 불처럼 그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이라는 직유법의 표현은

최후의 심판 때에 그것들로 인해 부자들이 철저하게 파멸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여기서 '불'로 번역된 '퓌르'(pyr; fire) 하느님의 공의로운 심판의 상징이며

형벌의 도구로서 지옥불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결국 불의한 부자들은 부정하게 축적한 부 때문에, 약자들을 착취하고 남을 짓밟으면서

쌓은 재물 때문에, 또한 주위에 그들의 도움을 호소하는 자들을 외면해 버리고

자신들의 배만을 채우는 데 소비한 물질 때문에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최후의 심판대 앞에서 그들의 재물은 그들을 파멸에 빠지도록 재촉할 뿐,

결코 그들을 구원할 수단이 못된다는 말이다.

 

'그대들은 이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

 

이 구절의 시제는 부정 과거 시제이므로, 미래에 있을 어떤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야고보가 이미 목격한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마지막 때'에 해당하는 '에스카타이스 헤메라이스'(eschatais hemerais;

the last days)야고보 사도가 살고 있던 초대 교회 당시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때' 앞에 붙어 있는 전치사 '엔'(en)'~을 위해' 보다는 '~안에'로

번역해야 하고, 신약 성경 여러 곳에도 종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진술이 있기 때문에

(사도2,17; 2티모3,1; 히브1,2; 2베드3,3), 야고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종말이라고 칭했으며, 바로 그런 때에 불의한 부자들이 재물을 쌓았음을

책망하고 있는 것이다.

 

종말은 실로 주님을 찾아야 할 때이며, 그 때 이 세상의 형상과 발자취는

지나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1코린7,25-31참조).

종말은 하느님의 심판이 찾아오는 때이며 불시에 닥치는 성질의 것이다.

 

2011년 9월 25일 연중 제26주일
 

오늘 예수님께서는 매우 강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예수님 말씀은 더 큰 죄악을 저지르기 전에 그 원인을 먼저 없애라는 뜻입니다. 사실 별다른 의식 없이 작은 죄를 무심코 계속 저지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큰 죄를 짓는 일이 반복되곤 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죄악을 피하며 선행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베푸는 물 한 잔도 귀한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질문하십니다. “너는 내가 목마를 때 물 한 잔 주었는가? 너는 나에게 늘 무엇을 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지만, 너는 나를 위해 땀 흘려 보았느냐?” 우리는 극심한 시련이나 억울한 일을 겪을 때 주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 내가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꾸준히 기도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주님께 받은 은총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 적은 있는지, 내가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바친 적은 있는지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예수님 말씀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몸담은 자리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야 하겠습니다.

 (김준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2010년 9월 26일[(녹) 연중 제26주일]

 

끊어버림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익숙해졌을 때,

미사 집전, 환자 방문, 고해성사 등을 통해 신자들을 만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신자들을 만나며 놀란 것 중 하나는 많은 분들이 술을 마셨다는 것,

담배를 피웠다는 것, 춤을 추고 음악을 들었다는 것에 대해 죄라 여기고

고민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술과 담배를 남용함으로써 수많은 유혹과 죄로 빠지기 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맥주 한 캔 마신 것, 요란한 음악을 들은 것 그 자체를 죄라고 인식하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남용으로 인해 폭력을 일으키고 유혹에 빠져 죄를 지었다면,

그 부분을 꼭 고해 성사때 고백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신자들의 삶을 바라보며 문득오늘 복음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손, 발, 눈 그 자체가 당연히 죄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죄를 짓게 된다면

그것을 단호히 잘라버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분들이

그동안 가지고 살아왔던 죄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워낙 소박한 삶의 문화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마약을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그 자체를 죄라고 생각했고, 또한 술을 마시고 본인의 통제력을 잃은 채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술 자체를 죄라고 여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술 한 잔, 담배 한 대, 디스코 음악 그 자체가 결코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폭력과 방종, 무분별한 생활로 이어진다면, 그래서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다면,

마을신자들처럼 애초에 그 자체를 끊어 버리는 것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지키는데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손을 사용하는 것,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손이 계속해서 죄를 짓는 데만 사용된다면,

우리의 눈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무관심으로 외면한다면, 그것은 분명 죄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죄를 지으며 살아갈 때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차라리 그것들을 잘라버리는 것이

더 나은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일반 세상의 삶과는 다른 길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나 자신을 위한도구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야합니다.

 

혹시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달란트가 나의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해

잘못 사용되고 있다면, 그래서 내가 그러한 도구들에 얽매여 살아간다면,

오늘 복음 말씀처럼 그 도구 자체를 끊어 버려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끊어 버림’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의 도구를 용기 있게 끊어버릴 수 있는

신앙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교구 김현진 토마스데아퀴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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