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벙거지 모자.

인쇄

김나혜 [na819] 쪽지 캡슐

2000-08-29 ㅣ No.1090

안녕하세요?

몇일간 쏟아진 폭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위는 또 부족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같습니다.

저도 신세대라서 그런지 남이 하고 다니는 것을 따라하고 싶고 옷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겨울 부터  벙거지 모자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엄마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시고 말았습니다. 저에게 안 어울린다는 거지요.

놀러가고 싶은데도 많고 쓰고다닐때도 많은 초등학교 시절.

저는 웬지 벙거지 모자에 이끌려 길거리에서도  감탄을 하며 친구에게 얘기를 하며 다녔습니다.

우연히 잡지에서 본 벙거지에도 내 스스로 평가를 하고  보는것만으로도 좋아 했습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벙거지 모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드디어.

얼마전 제 생일 날 정임이라고 하는 저의 친구가 만원을 주며 얘기 했습니다.  가장 이쁘고 맘에 들고 싼 벙거지를 사라고 ..... 저는 너무 기뻐서 몸을 사시나무처럼 바르르 떨며 정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었고(솔직히 내가 떠벌리고 다녔지만...) 저의 생일 사상 가장 거금의 생일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공부하랴 끝나면 태권도 연습을 하고, 학교에서 넘어지면 코닫는 그런 위치에 있는 집이어서 마땅히 살곳도 없었습니다.

만원을 받은날밤 저는 태권도 연습을 한다 치고 안양에 있는 체육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늦었지만 저는 금정역에서 내려 악세사리도 팔고 이쁜 벙거지 모자를 파는 곳으로 내 달렸습니다.

이것 저것 써보다가 이쁜 국방색 바탕에 주황색끈이 달린 벙거지를 샀읍니다. 비가 억수로 많이 내리는 날 이었습니다.

정말 날아갈것 같은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어요. 오래도록 너무나 갖고 싶던 벙거지 모자를 갖게 된것입니다. 그날밤은 운동도 더 잘되었구요....

하지만 요즘은 기분이 별로 에요.

그 이유는요, 쓰고 갈곳이 없다는 것이에요. 같은 일상속에서 생활하고 교복을 입고 다니는 중학생 신분으로는 반듯이 필요없는것을 바란것이죠.

그렇게 갖고 싶던것이 소유하고나니 별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어딜 나가기만 하면 벙거지를 쓴답니다.

지난 주일날 성당갈때도(물론 성당안에선 벚고요)쓰고 갔습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왜 웃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당갔다 오는데 아랫층 아줌마가 어디 놀러 갔다 오느냐고 물었거든요.

밤 이라도(해도 없는데)슈퍼에 가면서 벙거지 모자를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익숙치가 못해서 썻다가 벗었다가 그런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괴짜 같아 혼자 웃습니다.....

지난날 그토록 갖고 싶은 벙거지 모자가 방 한쪽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언제 멋있게 쓰고 나갈꺼냐고 .....

더운데 저의 얘기듣고 더 더우신것 아니겠죠?

더위는 짜증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더위 잊으시라고 글 올렸습니다.

무엇이든지 차분하게 여러번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남을 배려하는 착한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더운데 수고 하세요...



4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