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289번: 병인 순교자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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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4 ㅣ No.2384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89번 “병인 순교자 노래”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져 자랑스럽고 소중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천주교 신앙은 1784년, 17세기 초 바다를 통해 유입된 한문서적을 통해서 자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앙이 뿌리를 내리기까지 수많은 박해의 고통이 따랐습니다. 특히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 이 4대 박해로 많은 천주교인이 희생당하였습니다.

 

특별히 병인년인 1866년에 시작되어 1873년 말까지 계속 이어졌던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병인박해는 ‘병인양요’를 촉발하였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신앙을 증거한 수많은 순교자의 피는, 더 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탄생시키는 씨앗이 되었고, 이전보다 더 넓은 지역에 복음이 뿌리를 내리게 하였습니다. 또한 올해로 ‘병인 순교 15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더욱 뜻깊은 한해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최민순 신부님이 가사를 쓰시고 이문근 신부님이 작곡하신 가톨릭 성가 289번 <병인 순교자 노래>는,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많은 신앙인들의 넋을 기리는 노래입니다. 두도막형식의 못갖춘마디로 시작되는 이 곡은 시퍼런 칼 아래 스러져 피바다를 이루었던 지난 병인년의 박해 중에서도 순교자들은 신앙을 지키며 죽음으로 영생을 얻고 하늘에 다시 살아 있다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4분음표를 사용하여 단순한 가락이 흐르는 이 곡은, 첫 소절에서 힘 있지만 mf(조금 세게)로 조금은 조심스럽게 시작하여 f(세게)와 ff(매우 세게)를 번갈아가며 노래합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소절은 ff(매우 세게)로 웅장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각 음표 위에 악센트를 넣어 더욱더 순교자들의 죽음을 마음속에 담아내듯이, 순교자들의 정신을 머리에 새기듯 이 또박또박 한 음 한 음 노래합니다. 힘차고 우렁찬 노래이지만 이 성가를 부를 때면 항상 마음이 울리며 먹먹해집니다. 이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입니다.

 

103위 성인을 모시고 있는 우리는 2014년에 124위 복자 탄생을 보았고, 이후에도 많은 증거자와 순교자의 시복시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무명의 순교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해야 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즉 신앙의 정신, 순교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창과 칼, 피와 죽음이 아닌 오늘날 백색 순교의 삶을 찾아보았습니까? 자비의 해를 지내며 또 ‘병인 순교 150주년’을 지내며 우리가 나를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사랑, 곧 자비를 실천하는 오늘을 살아간다면,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따르는 오늘날의 순교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길잡이, 2016년 9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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