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15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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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15 ㅣ No.71

08:00 - 어제 날씨가 어두워 걱정했었다.

      비라도 내리면 노숙하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지금도 날씨는 우중충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아직도 잠에서 덜깬 사람들이 마당에서 노숙하고 있고, 아침 미사(06:30,

      07:30)에 참례하러 온 신자들이 난감해 한다. 차를 주차해야 되고, 성당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용이치가 않기 때문이다. 성모동산에 주차해 놓은 금속연맹 소속 차량들에게

      이곳은 차가 들어올 수 없다고 하자 한 대는 미안하다고 급히 뺏지만, 다른 한 대의

      기사는 왜 그러냐며 반말로 고함을 친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09:00 - 민중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히 움직인다.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모여 구호를 외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확실히

      단일노조와 연맹노조의 차이점이 보인다. 단일노조의 시위는 질서유지에서부터

      일사분란하게 일이 처리되지만, 연맹노조는 그야말로 무질서와 통제불능의 상태다.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들을 막을래야 막을 도리가 없다. 시위 역시도

      마찬가지다. 왜 이곳에 왔는지? 시위는 왜 하는지? 시위와는 아랑곳하지않고

      아무곳이나 누비고 다닌다. 미사시간에 성당 안으로 들어와 모자를 쓰고 둘러보고,

      위압적 자세로 버티고 서 있기도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아프다. 적어도 예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일 때문에 이곳에서 하는 모든

      시위들이 환영받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10:00 - 민노총과 금속연맹의 연속 기자회견이다.

        민노총은 "정부는 탄압을 중지하고 대화에 즉각 나서라. 민주노총의 향후

      투쟁방침"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4대 요구 쟁취를 위한 제2차 총력투쟁을 오늘

      민중대회를 기점으로 한고비를 넘기고, 향후 일정기간 교섭촉구기간을 삼아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강력한 총력투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일정기간 평화가 올 것인가? 그 일정기간은 5월 15일부터 6월 12일까지다. 그안에

      성당의 계단공사도 마무리 지어야겠다. 문제는 다른 천막농성자들의 협조다.

      다시 농성천막의 대표들과 만나야겠다.

        금속연맹은 "탄압하면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으로 정부는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주40시간 실시를 위해 교섭에 나서라고" 밝힌다. 이 기자회견에서도 "사흘에 걸친

      정리해고 철폐 40시간 쟁취 결사대 상경투쟁을 오늘 마무리하면서 노정교섭에 성실히

      나서 주40시간 노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13:00 - 지금은 모두 민중대회 참여를 위해 용산역으로 집결해 있다.

      성당안은 다시 평화롭게 11:00부터 16:00까지 모두 6대의 혼인미사(결혼식)가 진행되고

      있다. 성당과 인접해 있는 성모동산에서 한총련 학생 20여명이 또 구호를 외친다.

      너무하다. 그동안 그렇게 이해시키고 또 하지않겠다고 말해 놓고는 또 어긴다.

      다가가서 다시 한번 더 말했다. 해산하며 야지를 놓는다. "아멘~~~. 나가달라이거지."

      도데체 양식이 있는 건지? 정말 학생들인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추적추적 이슬비는 내리고, 마음은 답답하고, 휴----------------

      이제 또 손님 맞이 준비를 해야 한다. 민중대회 마무리가 이곳에서 19:00에 있을 예정

      이기 때문이다.

        성당의 계단공사는 17일 최종 설계를 마치고 18일(화)부터 공사를 재계해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대로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9:30 - 14:00부터 마무리 집회 준비를 했다.

      산더미 같은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18:50 민중대회 참가자들이 마무리 집회를 위해

      성당입구로 진입한다. 선두에는 민중대회 모든 대표들이 서고, 그 뒤를 따라

      일본인들이 일본말 프렌카드를 들고 뒤 따른다. 속속 진입은 하지만 대열이 끊어진듯

      더 이상은 들어오지 않는다.

        민노총의 쟁의부장이 외친다. 마무리 집회를 신속히 마치도록 협조를 당부한다.

      용산역에서부터의 행진 대열이 경찰과 충돌이 생겼다는 말이다. 더 이상 어떤

      돌발사태도 없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마무리 집회가 오늘도 길어질 전망인가 보다.

      지난번 5월 1일에도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의 충돌로 마무리 집회가 끝난 후, 늦게

      도착한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계속 마무리 집회를 가져 22:00에나 끝났기 때문이다.

 

00:00 - 20:30 마무리 집회를 마치고 모두 해산하였다.

      마무리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대략 1,000여명 선이었다. 처음 7-8,000여명을 예산

      해서 성당의 여러 행사들을 축소하고 정리를 했다. 그러다 인원도 인원일뿐 아니라

      마무리 집회 후 더 이상의 집회가 없었다.

        밖의 천막들은 소형 발전기의 소음과 환하게 밝혀진 등불 아래서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마무리를 위해 작은 모임들을 갖는 모양이다. 모두들 어떤 심정

      일까? 이제 조용히 4월부터의 시위와 농성들에 대해 평가를 해야할 시간이다.

        

        하느님! 조용히 평가를 가진 후 새로운 마음 갖음으로 힘차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들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모습들로 다시 일어서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하철 노조 집행부에게 말했듯 새로운 형태의 시위와 농성,

      그리고 전략이 필요하고, 또 그에 맞는 연구도 병행해야 할 때가 온 것같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던 형태로는 이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냥 생각해 본 것뿐입니다. 좋은 대안이 있으시면 꼭 알려주세요.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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