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성당 게시판

인연이 있었기에 우리의 만남이 새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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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pinochhio] 쪽지 캡슐

1999-10-24 ㅣ No.361

만남이란 참으로 기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연한 만남은 더욱 더하다.

 

몇일 전 옛 직장으로 빌려간 자료를 건네주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 방문했었다. 만나야 할 사람은 교육가고 없고 친했던 다른 사람과 그간의 이야기를 건너기 위해서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뒷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사람이 보였다

본사에 있을 사람이 여기 연구소에 있을리가 없을텐데.. 하면서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다가가서 그 옆 모습을 본 순간.. ^^

 

차 차장...

 

작년 눈 오는 겨울에 회사일 팽개치고 골목 찻집에서 서로의 삶에 대해 사심 없이 얘기를 주고받던 우리다. 상사의 눈치도 쌓여있던 업무도 훌쩍 떨쳐버리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잠시나마 같이 생각해 보았던 우리였다. 환한 창가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부끄럼 없이 바라보며 부드러운 헤즐러 향의 커피를 앞에 두고 할 일 없는 여편네들의 수다떨기라도 하듯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도 재밌게 했었던지 점심 먹고 시작한 이야기가 퇴근시간 다가갈 무렵까지 이어졌다. 읽었던 책 얘기들.. 여행 이야기... 하고 싶은 일들의 이야기.. 지난 서로의 과거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들...  

우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바람에 흩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으로 변하였을 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멈추고서 오랫동안 유리창 너머의 눈 구경을 할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그리고 인간으로서 감성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었던 우리였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

 

그렇기에 그 만남의 기억이 더더욱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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