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14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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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15 ㅣ No.70

11:00 - 지하철 노조 부위원장과 만났다.

      허탈한 모습이었다. 공허한 마음인지 가슴이 뻥뚤린 듯 허허 웃는다. 오늘 새벽

      재파업 철회를 선언하고 천막으로 돌아와 한동안 엉엉 울었단다. 이게 뭔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위로를

      해주어야 겠다는 마음이다. 힘내라는 위로의 말과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는 "규찰대에 대한 견해"를 탄원서 형식으로 써 주었다. 지회장들이 검찰조사에서

      무겁게 처리되 구속되고 있다는 말에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탄원서를 든

      부위원장은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13:00 - 지하철 노조 법규부장을 만났다.

      앞으로의 정리 일정을 물었다. 17일(월)에 17명의 지회장들이 자진출두 할 것이고,

      나머지 집행위원들은 24일까지 신병을 정리해 모두 자진출두 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원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결정해서 자진출두 시킬 것이라 한다. 신병정리 때 도움을

      바란다고 말한다. 힘이 닫는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14:00 - 금속연맹 선봉대가 타이탄 트럭에 천막과 침구들을 가득싣고 들이 닥친다.

      지금 이곳에 천막을 칠곳이 없습니다. 보시다 시피........................

      오늘 하루이니까 노숙으로 해 달라고 부탁하자 침구들만 내리겠다고 했다.

      큰 소리없이 잘 해결된것 같다.

 

19:00 - 속속 모여든 금속연맹 산하 노조원들은 2,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성당마당을 가득히 메우고, 회관 주차장과 언덕을 가득히 메웠다. 먼저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고 집회를 갖는다. 내일 민중대회에 대한 준비도 있는 모양이다.

      규찰대도 없기 때문에 질서는 엉망이다. 일일이 다 쫒아 다니며 질서를 유지할 수도

      없고 큰일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질서를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듣는척도 않한다.

      괜히 싸움이라도 날까봐 걱정이다. 결국 직원들에게 22:00 이후에는 모두 철수하라고

      했다. 오늘 하루밤이니 참고, 내일 아침에 정리하자고 했다.

 

01:00 - 성당마당이며 성모동산, 언덕, 회관주차장 이곳저곳에서 잠든 모습이 보이고,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성모동산에는 길게 일렬로 늘어서 잠든 모습이 보인다. 성모님상이 높게 있기에

      마치 어머니의 품에서 고요히 잠든 어린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성모님! 당신의 아들들입니다.

      당신의 품에 고요히 잠든 저 아들들의 모습이 가엽다기 보다는 행복해 보입니다.

      지금은 몹시도 피곤하고 걱정에 가득차 지친 모습들입니다.

      따듯이 감싸주시고 돌보아 주소서.

      어머니의 가슴이야 이 모습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부디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어 이런 고통들이 하루 속히 사라질 수 있도록

      돌보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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