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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9(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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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숙 [76rusia] 쪽지 캡슐

1999-12-28 ㅣ No.367

: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 장국영과 리차드 기어, 캐빈 코스트너 중 누가 제일 멋있냐구 묻길래 "너" 라고 했더니 기분 좋게 웃던 그애. 어느날 갑자기 세발 자전거 끌고와선 세계일주 시켜 준다던 그애. 비오는날 분위기 있는 카페로 불러내 3만원만 빌려 달라던 그애. 겨울바다 구경가서 내 모자 떨어 졌을때 서슴없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내 모자를 가져다 주던 그애. 한박눈이 내리던날 눈싸움 하자던 내 부탁 거절하고, 골목에 쭈구리고 앉아 작은 눈사람 만들기에 열중하던 그애. 한밤중에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깡패를 만나 있는대로 다 주고 버스 정류장에서 내게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버스비 좀 빌려 달라던 그애. 여름날, 바닷가에 놀러 갔을때 청바지에 긴T 입고 감기걸렸다며 모래밭에 쭈그리고 앉아 잔기침 해대던 그애. "사랑"이란 말을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단 한번도 사랑한다 하지 않았던 그애. 햄버거나 돈까스보다 시장에서 파는 떡볶이나 순대를 더 맛있게 먹던 그애. 그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고, 후에 내가 찾았을땐, 그는 조금한 병실에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이게 모냐며 울면서 빨리 나가자던 내게 하루종일 함께 있어 달라며 날 붙잡던 그애.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나에게 사랑한다 말했고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울 수 밖에 없었지.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그애의 입에 입을 맞추었지. 고통과 눈물로 일그러진 얼굴로 그래도 미소 지으려 애쓰며 그렇게 내게 "사랑해" 말했지.... 그리고 그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지... 그뒤 난, 그애의 얼굴을 다신 볼 수 없었다. 후에 그애의 동생이 내게 전해준 일기장엔 사랑, 죽음, 내 이름만이 열거 되었고, 일기장 앞에 붙여진 그의 사진에서 그는 하얗게 웃고 있었다. 그애의 사진을 액자에 넣으려고 때었을때 그의 사진이 붙여져 있던 그 자리에......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라는 메세지와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사 한소절이 적혀 있었지. 그제서야 난 소리내어 울 수 밖에 없었다. 수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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