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새 출발(제 2막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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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5-06-07 ㅣ No.4084





    새 출발(제 2막 인생)





    이제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합니다.
    처음 입사해서 부산지점에 근무할 때 모 과장님께서 저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지학남씨, 자네는 회사를 잘 못 들어온 것 같애.
    내가 보기엔 교편을 잡았던가, 종교계에 있어야 할 것 같애"

    그 때는 왜 그런 말을 하시는가 서운한 점도 있었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과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가끔씩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 과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제 2막인생을 시작하려는 지금, 하프타임 시간에 저의 내면에서 들려왔던
    그 소리에 따라 살수 있도록 준비하렵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李炯基) 의 낙화 중 -


    가을이 오면
    여름날 마음껏 목청을 돋우어 노래를 부르던 잎새들이
    손을 흔들며 안녕을 고하며 떨어집니다

    우리들의 삶이란
    만남과 떠남을 위하여 이루어져 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며 안녕을 외친 후에도
    우리들의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게 기억될 것입니다

    - 만남과 떠남을 위하여(용혜원) 중에서 -


    직장생활을 하면서 속으로 자주 낭송해 본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 구절....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시작하게 하여 주옵소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이 직장을 그만 두는 날 또한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이
    살며시 미소 짓게 하여 주옵소서

    힘이 들지만 툴툴 털고 일어나십시오.
    진정한 자기 성장, 자기 완성은 떠남의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완전히, 잘 헤어질 줄 아는 것, 만남보다 더 중요합니다.



    :*:...:*: :*:...:*: :*:...:*: :*:...:*: :*:...:*: :*:...:*:



    그동안 여러모로 도와주신 선배님들과 후배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앞으로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제가 즐겨 낭송했던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을 올려드립니다.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시작하게 하여 주옵소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상사와 선배를 존경하고 아울러 동료와 후배를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아부와 질시를,
    교만과 비굴함을 멀리하게 하여 주옵소서.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고 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시고
    일주일에 몇 시간은 한 권의 책과 친구와 가족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갖게 하여 주옵소서.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갖게 하시어 한 달에 하루쯤은 지나온 나날들을 반성하고
    미래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시인인 동시에 철학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는 순수함과 큰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을 지니게 하시고
    적극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할 수 있는 용기와 남의 허물을 따뜻이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과 고난을 끈기있게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더욱 길러 주옵소서.

    직장인 홍역의 날들을 무사히 넘기게 해 주시고 남보다 한 발 앞서감이
    영원한 앞서감이 아님을 인식하게 하시고 또한, 한 걸음 뒤쳐짐이
    영원한 뒤쳐짐이 아님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자기 반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시고 늘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매사에 충실하여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고
    매일 보람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이 직장을 그만 두는 날 또한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이 살며시 미소 짓게 하여 주옵소서





    위의 글은 회사를 퇴직하면서 사내에 올렸던 글입니다.


    저는 그 동안 제 마음 속에서 들려왔던 소리를 이제는 실천하려고 합니다.
    인생의 전반전을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았다면
    지금은 조용히 후반전을 준비하는 하프타임에 서 있습니다.

    1년여 많은 생각을 한 끝에 회사생활을 마감하고 하루라도 젊었을 때
    후반기 인생을 시작하려고 결심했습니다.

    저의 후반전 인생은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지요.
    교육과 신앙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 덕소, 양평, 용인, 포천 등도 알아보았지만
    가장 적당한 장소가 경기도 여주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족과도 상의하여 여주로 결정을 하였고 마침 적당한 땅이 있어서
    매입을 하였고 집을 지었습니다.
    전원생활을 하기는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하루라도 젊었을 때 그 곳에 정착을 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 오랫동안
    기도와 묵상을 병행하면서 결정한 것입니다.

    이사가려는 여주는 수녀원이 3개(성바오로딸, 스승예수의 제자,
    파티마의 프란치스코수녀회)가 있고, 요양원과 옛날 공소도 있는 곳으로
    상당히 산골입니다.
    이곳을 선택하게 된것을 돌아보면
    그곳 수녀님 한 분을 우연한 곳에서 만나고 그로 인해
    그동네 할머니를 우연히 만난 일등
    일련의 일들이 주님의 섭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를 앞둔 요즈음, 여러가지로 걱정과 두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도 있습니다.
    6월 5일에는 도전리 공소에서 신부님, 형제.자매들과 미사도 드리고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님들의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저 때문에 불편하셨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형제. 자매님들이 계시다면
    주님의 이름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신앙생활에서도 남보다 한 발 앞서감이
    영원한 앞서감이 아님을 인식하게 하시고 또한, 한 걸음 뒤쳐짐이
    영원한 뒤쳐짐이 아님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이 살며시 미소 짓게 하여 주옵소서

    형제.자매님들 영.육간에 항상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 지학남 스테파노 -



    도전리 공소






    준공을 앞둔 집




    거실에서 바라본 공소, 왼편에 보이는 건물이 성 바오로딸 수도회



    ♬♪흐르는 음악/ 그리운시냇가 -Ad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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