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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의정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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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4-03 ㅣ No.6649

 

 

사랑하는 벗님들께 띄웁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요?

 

여러분의 덕분에 물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신부가 다른 생각을 할까봐, 하느님께서 부족한 저에게 이것 저것 많은 것을 시키시네요.

 

그래도 무척 행복하답니다.

아직까지도 저를 반기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고,

함께 있음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벗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있고,

벗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 오랜만에 게시판에 들어왔네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영 따르지를 않는군요.

 

 

약간의 감기 기운이 저를 쉬라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당차고 야무지게 맡겨진 소명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감기 녀석을 쫓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는 동기 신부님 몇 분과 함께 하는 이른바 '벽돌(어떤 이는 '짱돌' 모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모임을 했답니다. '하느님 나라를 쌓아가는 한 장의 벽돌이 되자'는 취지에서 신학생 때부터 시작한 모임이 이제는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모임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모여서 별로 하는 것은 없지만 -  미리 학습해온 내용을 아주(정말 아주) 간단히 나누고, 함께 밥 먹고 , 사는 이야기 나누고, 때로는 노닥거리기도 하고 - 삶을 나눌 수 있는 벗들이, 함께 사제의 길을 걷는 벗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벽돌' 모임을 마치고 약간은 감기 기운이 있는 몸을 이끌고 쌍문2동 성당으로 갔습니다. 6지구 청년 성가대 계열 모임 때문에 말이지요. 제가 6지구 청년 담당 신부인 것은 다 아시죠? 사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함께 하지 않으면 청년들이 실망할까봐 (저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죠.... 청년들은 오히려 좋아할지도....) 갔습니다. 많은 본당에서 모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본당에서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바빴나? 그래서 제가 대신 본당 소식 전하고 (참, 이 대목에서 청년 성가대 단원들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과 사랑과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서 짤막한 훈화(?)를 하고... 사는 이야기를 곁들인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찔끔찔끔 흘리는 콧물을 몰래 닦으며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미사를 드렸지요. 아침 먹고 다음의 일들을 보다 온전한 몸 상태로 수행하고자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10시 미사중에 고해성사를 주고, 직원 회의를 하고, 그리고 점심을 먹고.....

 

 

드디어 의정부 한마음 수련장까지 달렸습니다. 선배 신부님께서 주신 10년된 프라이드(제가 원하던 스타일, 바로 스틱과 파워 핸드(핸들이 아님))를 직접 몰고 말이지요. 물론 옆에는 동기 신부님(수유동의 김대근 신부님인데, 많이 알고 계시죠?)이 타고 계셨지요. 면허를 따고 나서 직접 이렇게 멀리까지(?) 차를 몰고 간 적은 없었는데.... 많이 겁이 났었는데, 옆에 동기 신부님이 타고 이런 저런 지침(?)을 내려줘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편안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올 때는 조금 답답했던지 김 신부님이 몰겠다고 하길래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제가 양보했죠.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오늘은 의정부까지 간 걸로 족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일은 수유동 성당에서 6지구 보좌 신부 모임이 있는데, 혼자서, 진짜 혼자서 차를 몰고 갈 생각입니다. 기도해주십시오. 무슨 기도? 다 알죠?

 

 

빨리 운전에 익숙해져야 사랑하는 벗님들을 태우고 주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대자연을 누비고 다닐텐데... 원래는 현주 유학가기 전에 좋은 곳에 가자고 했었지만, 지금 상태로 보면 그때까지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고... 현주야! 미안해. 나중에 귀국하면 드라이브 시켜줄께... 짬짬이 연습을 해서 하루라도 그 날을 앞당기고 싶습니다. 기대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예비신자 교리를 마치고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정말 모처럼 만에, 이제 내일 있을 중고등부 학생 견진교리를 준비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다른 일, 한두가지도 마무리하고... 한 새벽 1시쯤이면 내일의 부활을 꿈꾸며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혹시 '거룩한 죽음'이라는 표현이 무척 거북한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하자면, 성무일도 중에서 하루의 맨 나중에 바치는 '끝기도'가 "전능하신 천주여,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아멘"이라고 끝난답니다. 사실 잠자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죽음과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장황한 넋두리를 기쁘게 읽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내일의 부활을 꿈꾸며

 

아름다운 밤, 거룩한 죽음을 사시길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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