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대림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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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12-09 ㅣ No.1054

대림 제1주일(나해. 2002. 12. 1)

                                         제1독서 : 이사 63,16b∼17. 64,3∼7

                                         제2독서 : 1고린 1, 3 ∼ 9

                                         복   음 : 마르 13, 33 ∼ 37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예수님의 성탄을 새롭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기간의 첫 주일입니다.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성탄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재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때입니다.  대림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문지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을 깨어 기다리듯 매일 매일의 생활에 충실하여 모든 생활을 끊임없이 재생시켜 나가는 '늘 새로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늘 깨어 있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러시아에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지날 때마다 너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궁전 안이 궁금했습니다.  꼭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소녀는 곱게 단장을 하고 궁전으로 갔습니다.  궁전 문지기에게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을 했습니다.  문지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날마다 좋은 일을 한 가지씩 하면 궁전 문의 열쇠를 얻을 수 잇고 그 열쇠를 가지고 문을 직접 열고야 들어갈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소녀는 그 날부터 자신이 도와 줄 사람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나와 헤맸습니다.  그러던 중 늙은 거지가 지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소녀는 달려가 그 거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머니의 돈을 몽땅 털어 도와주었습니다.  소녀는 기쁜 마음으로 궁전으로 달려갔습니다.  문지기에게 좋은 일을 했으니 열쇠를 달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지기는 그것으로는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소녀는 실망하여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고 있는데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무거운 짐을 이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계셨습니다.  얼씨구나 생각한 소녀는 할머니의 짐을 원하는 곳까지 날라다 주었습니다.  땀으로 온 범벅이 되었지만 궁전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기뻤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문지기는 열쇠를 주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궁전에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숲에 쓰러져 신음을 하며 죽어가는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더러운 곳을 닦아주고 자신의 옷을 찟어 상처를 싸매주고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 앞에 이르자 갑자기 궁전 문지기가 나타나서 궁전 열쇠를 건네주었습니다.  어리둥절하여 자신은 열쇠 때문에 착한 일을 한 게 아니라고 하는 소녀에게 문지기가 '이 열쇠는 자신을 잊고 남을 돕는 사람에게만 주는 거란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깨어 있는 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는 대림이나 사순시기에 특히 희생과 극기를 통해 예수님의 탄생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부활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희생과 극기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회적으로 끝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러시아 소녀가 궁궐에 들어가기 위해 행한 선행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행이 진정으로 궁궐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희생과 극기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집 주인이 돌아 올 시간이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혹은 이른 아침일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현실에 만족할 때 눈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하고, 우리가 불만에 가득할 때 미소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언제'가 아니라 '지금'이라는 구체적 우리의 현실에 주어지는 만남입니다.  구체적인 만남이요, 우리 현실에 주어지는 만남이기에 일회적인 희생과 극기로써는 충분한 모습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지속적인 모습이어야 합니다.  "주께서도 여러분이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심판 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끝까지 굳게 지켜 주실 것입니다."라고 이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지속적인 희생과 극기의 모습을 살아가는 우리를 주님께서 지켜 주실 것이라고 사도 바오로는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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