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가을/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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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진 [ysj4843] 쪽지 캡슐

2007-11-12 ㅣ No.2377

 
 

              가을

               

               새해 첫날에 가졌던 당신의 첫마음,

              지금 어디에 있나요?

              지금 어떻게 변해 있는지요?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을 줄였나요?

              자신에 대하여 할 말을 줄였나요?


              언제나 첫날처럼,

              신선한 마음으로..

              기름진 마음으로 세상에 선연히 떠서

              홀로 걸어가야 합니다.


              어느새, 가을입니다.

              꽃 떨어진 꽃자리처럼 쓸쓸한

              침묵만 늘어가는

               

               
              가을입니다.


              텅 빈 오지 항아리에 와 있는,

              쓰다 만 엽서 틀린 맞춤법 속에도 와 있는,

              흑백 사진 속

              잊혀진 아버지 얼굴 위에도 와 있는,

              빨간 함석지붕과 들풀과

              늙은 느티나무 아래 와 있는,

              가을...


              침묵으로 몸을 줄이고

              홀로 걸어가는, 가을입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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