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생각]작은 음악회 그 이후

인쇄

박아람 [aramberries] 쪽지 캡슐

2000-05-18 ㅣ No.1132

학예발표회....부모님과 선생님 앞에서 재롱을 떨며 얼마나 잘했는지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던......그런 무대에서

영화 ’빅’에서처럼 너무 커버린 아이들 21명이

초등학교 교실의 커튼감 같은 단복을 입고, 뜨거운 조명발 아래

목청껏 열심히 노래를 부르던  

그 날 밤을 잊을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관중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지휘를 하던 범수 오빠의 표정을 보면서.....

뒤에 앉아계시던 신부님과 수념님을 보면서......

그리고 노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행복해했고 뿌듯했던

그 날 밤을 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작은 음악회가.....무사히.....끝났다.....

무사히.....

무사히........무.....사....히........

 

 

안달하며 보낸 연습의 시간들......

연습 시간이 다가오면 불안한 마음에

"빨리 오세요"라는 같은 내용의 문자를 여러명에게 보내고,

먼저 와 있는 지휘자의 눈치를 보면서 죄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하고....

날짜가 다가 오면서 조바심이 났던...그시간..

나 자신을 달달달~~ 볶으면서 보냈던 평일 저녁...

 

지금 나는 매일 저녁 오랫동안 누리지 못했던 평화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조용히......혼자서 보낼 수 있는 자유라는,

그동안 그렇게도 바라던 시간이 제대로 생겼다

 

모처럼 안되는 필력(?)을 발휘해서 원고 3편을 마무리했다.

견딜 수 없는 평화로운 저녁을 잊기 위해

나는 그렇게 월, 화, 수를 보냈다.....

그런데......

오늘 저녁은 또 뭘 하지?

참으로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본다

 

낮밤이 뒤바뀌어 눈밑이 검어지고 뾰드락지 투성이인

거울 속의 나에게 말한다.....

"박아람, 너 진짜 웃긴다......"

 

이번 주가 지나면 이상한 평화도 익숙해지겠지,

익숙해져야지 하는 바램으로

실연당한 여자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이~~ 누구 말처럼 7월에 작은 음악회를 한 번 더 해???

 

어디선가 비명소리와 한숨소리가 옅게 깔린다.....

 

"순옥언니, 범수오빠, 승하야~ 그냥 해 본 말이야....."



8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