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피정 중 삶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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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2-21 ㅣ No.3114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강화도에 있는 예수 성심 전교수도회로 다녀왔는데,

그 곳 공기가 도심에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해서 참 좋았습니다.

 

산책하면서 논두렁을 거닐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논두렁을 거니는 그 순간 비로소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이곳이야말로 살아 숨쉬는 대지임을 느꼈습니다.

도심의 많은 땅들이 아스팔트로 덮여 숨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얼마나 숨쉬기 힘들까?

숨 쉴 구멍하나 안남겨두고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꽉 막아버렸으니...

 

땅도 땅이지만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되었습니다.  

꽉 막힌 곳에서 사니 생각도 꽉 막히고, 그러다 보니 마음의 문도 어느새 닫히고,

저 역시도 예외가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

피정을 하면서 일상의 삶에서 굳었던 사고가 서서이 녹아가고 있음을...

마음의 문이 어느새 사알짝 열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면서 행복감이 마구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신선한 공기를 맡을 수 있게 해 주심을...

이렇게 흙내음 짙은 땅을 밟고 서 있을 수 있게 해 주심을...

이렇게 꽉막힌 제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심을 말이지요.

 

지나가는 길에 개들이 왜 이리 많은지... 달래느라 힘들었습니다.

그 중 나처럼 조그마한 개 한마리가 날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와서 자기를 한 번 봐달라고... 아는 척하며 한 번 쓰다듬어 달라고 갈구하는 듯한 개의 눈망울을 응시하면서도 나는 내 갈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들은 생각이

사람도 똑같네...

사람도 자기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데...

단지 내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가난하고 헐벗은 시선들을 뒤로하고 난 내 갈 길을 고집하고 있었는지도...

 

아차 싶었습니다.

그 개 한 번만 쓰다듬어 주고 올껄...

사람을 만나면 그러지 말아야지...

, 정녕 그러지 말아야지...

그게 사제의 맘이지...

그게 인간의 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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