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12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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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12 ㅣ No.68

06:00 - 한총련 학생들이 농선천막 앞에 집결하고 있다.

      세수도 못하고 방금 일어난 초최한 모습 그대로이다. 한 여학생이 입고 있는 무릎과

      바지 아랫단이 찢겨진 청바를 보았다. 과거와는 다르다는 느낌이다. 자유분방일까?

      신세대의 패션이니 뭐...............

        아마도 선전전에 나서는 모양이다. 몇몇의 학생들이 교체되고 선전전을 끝낸

      학생들은 09:00 혹은 10:00쯤이면 돌아오겠지?

        자전거를 타고 남대문 시장으로 향하며 문득 올 1월, 한총련의 한 여학생과 만나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그때 그 여학생도 청바지를 입었었다.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나왔는데, 준법서약서를 쓰고 나왔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다음날 바로 이곳으로 들어와 천막농성에 돌입했었다.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며 지내던

      어느날, 상당히 상기된 표정으로 들떠 있었다. 선전전을 위해 새벽 전철을 타고는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인양 기뻐했던 그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오늘도 전철을 타고

      끊임없이 전단을 나누어 주고 설명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지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면 뭔가는 기쁨을 가지고 돌아왔으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나 보다. 더나아가 타인이 나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관심을 보인

      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일인지 깨닳았으면 하는 바램일께다. 그래서 성당의 입장이나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해 줄쭐 아는 모습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여학생에게 '노학연대를 위해서는 공부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근거한 IMF체제라든지, 제3의 길과 그에 버금가는 또다른 길에

      대해,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노학연대도 가능하다'고

      말했었다. 그 말을 해준 후, 그 여학생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볼 수가 없었다. 다시

      이곳에 왔을 때는 많이 성숙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학생들을 바라볼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순수하고 맑았으면 하는 바램과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고민할 줄 알고 나름대로의 신념으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도 동생들이며

      후배들이기 때문이다.

 

10:30 - 성당마당의 타일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런 불편없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저쪽 지하철 노조 천막 앞

      한 무리의 기자단에 둘러 쌓여 전국 공공운수사회 서비스 노동조합(공공연맹)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노사정협상을 환영하며, 협상진전과 파업수습을 위해 우선 경찰.군병력을 철수하고

      징계를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세부사항으로는

        1.김원기 노사정위원장의 중재노력과 고건 시장의 결단에 대해 환영한다.

      오늘 오후 3시 서울시장실에서 노사정 협상을 개최하는데 성실하게 임할 것과 협상

      진전 정도에 따라 14일로 예정된 지하철 노조의 재파업 유보 또는 철회도 적극

      고려할 것이다.

        2.협상의 원할한 진전을 위해 경찰.군병력 철수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중단을 요구

      하는 내용이며,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다려 보자.

 

11:00 - 민주노총의 제2차 총력투쟁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이 있따랐다.

      "민노총은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 실질적 사회안전망 구축 등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고, 책임있는 노-정 교섭마저 일체 거부하기 때문에 오늘

      부터 제2차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제2차 총력투쟁은 금속산업연맹, 병원노련, 공공연맹, 사무금융노련, 건설노련 등

      산하 전조직이 참여할 것이며, 파업투쟁과 함께 강력한 상경투쟁, 노숙투쟁, 대규모

      집회 및 가두행진 등이 포함될 것이며, 특히 5월 14일(금)에는 대학로에서 명동성당

      노숙투쟁, 15일(토)에는 용산역에서 명동성당으로의 99년 제1차 민중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한다는 것이다.

        한총련의 기자회견도 준비되어 있다고 했는데? 아닌가 보다. 기자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벌써 명동성당에로의 대규모 시위 계획이 발표되었다. 휴------------------------

      조금 더 지켜보자! 사태 추이를 예측해 보자! 아직은 어찌 될지 잘 보이지 않는다.

 

13:00 -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날아오고 있는 동안, 지하철 노조원들의

      천막 앞에서는 "지하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의 성명서

      낭독이 기자들 앞에서 행해지고 있다.

        1.지하철과 관련된 노사정은 하루빨리 현안문제를 대화로 풀어라.

        2.정부는 지하철 현장에 투입한 경찰과 군인들을 철수시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라.

        3.지하철 노조는 재파업을 자제하고 현안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7명의 각계 인사들(천주교, 개신교, 불교, 국민연합, 예술인총연합, 교수협의회,

      주간 노동자 신문)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19:00 - 오늘 15:00시 서울시청에서 있었던 지하철 관련 노사정 위원회의 회동결과 10개 항목

      중 7개가 합의 됐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재파업이라는 극단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같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제일 걱정하는

      것같아 제일 먼저 알려준다는 그 사람의 배려가 고맙다.

 

        성당마당에서는 초등학교 꼬마들이 시끌시끌 벅적댄다. 참 평화로운 저녁이다.

      지하철 노조 천막을 비롯해 많은 천막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굴뚝만 있었다면,

      아니 천막 앞에 무쇠솥이 걸려있고 장작이 타고 있었다면 영락없는 어느 시골의 마을

      잔치쯤으로 보일텐데...............

 

        하느님! 오늘은 참 평화롭습니다.

      내일 또 많은 시위대가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좋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럴렵니다.

      또 당신이 든든히 지켜주고 계시는데.......

      하느님! 전 당신의 빽을 믿습니다.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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