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한 뼘만 길게 입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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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1-01-08 ㅣ No.1976

쟈네트! 오늘도 대모님이 불러 세운다. "왜, 신발을 그렇게 끌고 다녀! 아주 이 복도를 샀냐? 자는 사람 다 깨겠다." "알았어요."

어제는 스커트 길이가 너무 짧다고 타박 받았다. 엄지와 검지를 펴시며 "요, 한 뼘만 길게 입어. 응? 이제 자네트 나이가 있잖아. 철 좀 들어라." "알았어요. (치,다리가 긴걸 어떡하라고...)

 

가끔 음식을 가져오거나 놀러 오시면 베란다. 다용도실, 안방 등을  다니시며 치워주신다.  "대모님 이틀만 지나면 ’땡’이예요. 다 뒤집어지고요."(완전 시어머니 ....)

 

진짜 바쁜 건지 뭔지....   누구도 사니까 나도 고추장 재료를 덩달아 샀다. 몇 명이 가르쳐 준다고 하더니 모두다 배신을 했다.  바쁜 내 시간에 못 맞춘다며 ....  대모님이 이 사실을 아시고 그 어려운 고추장을 당신이 하루종일 걸려 담아 주셨다.   

 

매일 놀려만 주었는데 철없이 굴기만 했는데  큰 아들을 나라에 바친 아픈 상처를 가슴에 깊게 가지고 계시면서 이웃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주시는 분.

 

외출하고 돌아오니 웬 빨간색 플라스틱 바가지가 식탁에 놓여 있었다.  다른 여러 가지 살림 도구와 함께 "소담아.  매일 비닐 봉지에 음식물 버리지 말고 이 그릇에다 모아 버려." 하시면서 이 도구들을 사오셨다. 그러시면서 이번 설날에 내려갈 땐 열쇠를 주고 가란다.  집안을 정리해 주시겠다고.

 

이런 대모 보셨나요?  

 

그런데 이런 저도 어떤 자매의 대모랍니다.  

 "띵똥"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대모님 저예요." 하며 대녀가 찾아 왔다. "어제 강원도에 다녀왔어요. 마른 오징어와 황태를 사왔어요 드세요."

 

언제 이 빚을 다 갚을 고....   나도 올해는 좀 진지하고 철 좀 들어야지. 그래서 내 대녀에게도 받은 사랑을 나눠줘야지.

 

대모님! 정말 사랑해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부족한 부모의 사랑을 대신 채워주셨지요?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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