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어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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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blasius] 쪽지 캡슐

2000-01-02 ㅣ No.243

어머니의 기도

 

                                                            ---  박용주

이 세상의 반석이 되라고 베드로라 하셨다지요 하느님께 나를 바치며 베드로 되기를 바라셨다지요

 

오늘은 자리에 누워 계신 어머니 아픈 데가 많아도 아프다하지 않고 그저 좀 어지러워 누웠노라고 이것 저것 속 상해 눈물 흘리고도 웬 먼지가 이렇게 많누 하시니

 

말씀하지 않아도 먼저 아는데 행여 가슴 아플까 염려하여 아픈 것은 어지럽고 눈물 나는 건 죄다 먼지때문이라는데 어머니, 정말 먼지는 왜 그렇게 많은가요

 

너만한 나이에 아버지 잃고 꿋꿋이 자라난 훌륭한 사람이 많단다 달구어지지 않은 쇠는 강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모르고 사는 건 반쪽 삶이라 가르치시며 먼저 갈 것을 염려하여 날마다 기도하시니 이 아이가 스물이 될 때 까지는 살아 있게 하소서

 

긴 긴 밤을 앓고도 약 한첩 못쓰고 아는 병이니 괜찮다 하지만 지켜보는 제 가슴은 미어지지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합아여도 어머니 사랑 앞에선 빛을 잃는다는데 나는 그 사랑 앞에 한 송이 카네이션밖에 놓을 게 없으니 어머니 자식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날마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만 보고있는 제가 무슨 소용 있어요

 

지켜보아 주시는 어머니가 없다면 제가 자라서 세상의 반석이 되고 기둥이 된들 누가 기뻐하고 누가 장하다 할까요 이 밤 지나면 기적으로 일어나 씻은듯이 나아서 저를 지켜보아 주셔요 어머니의 아들이 세상의 반석이 되는 날 자랑으로 웃으셔야지요

 

가슴에 어두운 죽음을 껴안고도 저를 위해 기도하시니 어머니 그 기도 속에 행복한 나날을 살아간들 이 가슴에 꼭 맺혀 지워지지 않을 애달픈 어머니의 모습은 어찌하지요

 

아 어머니

 

 

박용주는 73년에 태어났고 88년 시<목련이 진들>로 전남대 오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가 있으며 이 어머니의 기도는 88년 어머니 생신날에 쓴 것이다.

성모님의 대축일을 지내는 오늘 바다와 같이 깊은 성모님의 마음과 또한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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