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매매춘 여성에게 오히려 축복을 받고, 그걸 축복이라 여길 줄 알던 사람이 원주교구 초대교구장이셨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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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과자나 사 먹어라 예전에 김지하가 지학순 주교를 두고 쓴 시가 하나 있다. <축복>이다. 원주역 바로 앞엔 해방촌 해방촌 바로 뒤엔 법원 법원 바로 옆엔 주교관 어느 그믐밤 은발의 주교님이 길을 가셨다. ‘할아버지 놀다 가세요.’ ‘놀 틈 없다.’ ‘틈 없으면 짬을 내세요.’ ‘짬도 없다.’ ‘짬 없으면 새를 내세요.’ ‘새도 없다’ ‘새도 없으면 탈나세요.’ ‘탈나도 할 수 없지 옛다 과자나 사 먹어라.’ 어느 보름밤 은발의 주교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하라고 악쓰는 세상 놀다 가라니 이 무슨 축복!’ 매매춘 여성에게 오히려 축복을 받고, 그걸 축복이라 여길 줄 알던 사람이 원주교구 초대교구장이셨던 고(故) 지학순 주교였다. 1970년대엔 모든 억울한 목숨들이 그분을 찾아왔다. 수배중인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뿐 아니라 하소연할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먼저 지학순 주교를 찾았다. 그래서 주교관은 늘 북적였고, 담당 형사들이 늘 주교를 따라붙었다. 형사들에게마저 정답던 지주교다. 그분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들이 찾아와서 나를 주교로 만들어 주었다. 주교는 섬기는 사람 아니던가. 교황은 종중의 종이라는데...” 6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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