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거룩한 죽음을 맞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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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주 [1010356] 쪽지 캡슐

2012-08-16 ㅣ No.4868



비 오든 날

 그 날은 비가 왔다.

폭우가 장대비가 쏟아졌다

 

천둥 번개를 몰고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였다.

 

가로수들은 휘둘리다 못해 꺾이고

마구 찢어지고

 

그런데 그날 그가 갔다.

보고 싶다.

 


 함께 했던 날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사랑했는데 얼마나 천진하고 순수했었는지

무슨 말을 해도 화를 내는 것도 짜증을 내는 것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보고 싶다.

 

 


 그는 성녀였다.

그 사랑의 빚을 갚아야 했는데

보고싶다. 그립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벗을 위하여 생명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앙상하게 마른 얼굴에 활짝 핀 미소가 그립다.

 

"오늘은 나 가도 될거 같아

이젠 가도 되겠지 ?"

 그날 그는 활짝 핀 미소 끝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갔다.

 

 




종부 성사를 받고 성무 일도를 다 바치고

프란치스코 재속회 칠락 묵주와

이십단 묵주를 다 바치고

자비의 기도까지 다 바친 후

내가 사랑하던 견진 대모 그 젬마는 갔다.

거룩한 죽음을 맞이한 그가 부럽다.

 보고싶다.

먹고 마시는 일도 시집가고 장가드는 일도 없는

그 나라에서 지금 나를 내려다 본다고 생각한다.

 

부럽다. 나도 웃으면서 매 순간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는

 성녀님들을 꼭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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