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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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11-14 ㅣ No.2412

"예전에 중학교 시절. 3년간 교회를 다닌 적이있다.

교회를 다닌 이유는 교회에 가면 토요일마다 라면을 끓여 준다는 친구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수확도 있었다.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웠던, 또래의 여학생들을 교회에서는 수도 없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옷차림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한번은 내 옷 중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던 '미즈노 회색 추리닝'을 입고 간 적이 있었다. 나는 추리닝을 입고 한껏 뽐내고 있었고(당시에는 메이커 추리닝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런 나를 지켜 보시던 목사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교회에 추리닝을 입고 오는 녀석이 어디 있냐며 심하게 꾸중을 하셨다. 딴에는 가장 신경을 쓴 옷이라, 어린 마음에 상처를 심하게 받았고, 믿음에 형식이 먼저인지, 마음이 먼저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 이후로 교회에 한번도 나간 적이 없다."

 

어떤 친구가 제게 이런 글을 어디서 구했는지 보내주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 목사님처럼 아이들에게 잘못해서 상처를 입히진 않을까 걱정을 해서 그런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목사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방법상 아이들에게 자존심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잘 차려입은 것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렇게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관심과 원함을 알지 못한다면 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누군가를 이해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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