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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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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klara1617]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1665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뜻 
    
    글 : 유시찬보나벤뚜라 신부님 / 예수회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음에 있어서 
    양자택일적으로 읽어 들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수도회에 들어가는 것과 결혼하는 것 중 
    어느 하나는 하느님의 뜻이고 어느 하나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고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실은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다만 어느 길이 생명을 키워 나가고 
    행복해 질 수 있기 위해 좀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가 하는 것만 문제가 될 뿐이다. 
    아버지는 자녀가 100점을 맞았을 때도 좋아하지만 
    80점을 맞고 왔을 때도 좋아한다. 
    즉 아버지 뜻이다. 
    심지어는 애가 완전히 엉뚱한 길로 간다고 생각됨에도 
    그 길을 가는 것을 허용한다는 면에서 역시 아버지의 뜻이다. 
    루가 복음 15장에 나오는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일의 결과가 실패로 판정이 났다고 해서 
    하느님의 뜻이 아녔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선 성공과 실패 등 일의 결과 여부에 대해선 
    거의 관심을 갖고 계시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하느님께서야 하고자 하시면 뭐든 하실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느 한 쪽만 고집하며 
    취하려고 하지 않는 불편심(不偏心)과 
    하느님을 향한 사랑 밖에 없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추고 움직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연후에는 다양한 선택지를 하느님께서 놓아주셨으니 
    그때그때 상황에 좇아 좀 더 
    생명과 행복에 찬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뜻이니까
    혹 하느님의 뜻이 아닌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나 죄책감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가다 이 길이 아니고 다른 길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 
    다시 그 길로 옮겨 가면 그만이다.
    
    혹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 모든 것이 하느님 뜻인데 
    굳이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찾아내려고 
    애를 쓸 것 없이 그저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가면 그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허나 그런 이는 사랑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다. 
    
    사랑을 알고 사랑을 살아내는 사람은 
    늘 한계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택하려고 
    혼신의 힘과 정열을 다 쏟는다. 
    아무런 두려움이나 죄책감 없이 그저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 때문에 대단히 사려 깊고 치열하게 
    아버지의 뜻을 식별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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