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10일(월)

인쇄

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10 ㅣ No.66

5월 8일(토) -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이곳에는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이 아버지들이,

            학생들이 70-80여명이 여전히 천막농성 중이다. 오늘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말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스스로 찾아오지 않으면 부르지

            않으리라. 오늘 만큼은 편히들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현대중기도, 공공연맹도, 한총련도, 푸른교실도, 인권 공대위도,

            일용직 근로자들도 찾아오지 않았다. 마주 보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가?

              삼삼오오 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습들이 보이지만 꽃을 단 사람은 하나도 없다.

            생각같아선 카네이션을 인원 수 많큼 구입해 달아 주고도 싶지만 괜한 사치같아

            망설이다 그만 두었다.

              계단공사도 중지 했다. 물론 계단공사가 애초 목표했던 만큼 되지 않아

            9일까지 다시 설계해서 10일 공사를 다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조원들은 어제 14일 조건부(지하철 공사와 서울시의 성실한

            대화) 재파업을 선언하고 오늘부터 집행부와 일부 지회장들이 단식에 들어갔다.

 

5월 9일(일) - 성당 언덕이 어수선하다. 돌들은 쌓여있고, 천막들은 그대로 있고, 가운데

            차도를 통해 사람들과 차들이 자꾸 엉기는 모습이 신경쓰인다. 성당 마당을 가로

            질러 수도관을 묻은 곳은 파여있어 여간 불편하고 흉해보이는 것이 아니다.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천막들도 서서히 빛이 바래가기 시작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다.

            무더운 날씨가 천막들을 서서히 가라 앉히고 있다. 천막안이 무더운지 성당을

            한바퀴 도는 사람,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성모동산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사람 등.... 옷 차림새만 조금

            깨끗했다면 영락없는 어느 공원의 모습같다. 그러나 천막생활이란 것이 그렇듯

            옷을 제때에 갈아 입을 수도, 양말을 제때에 갈아 신을 수도 없다보니, 맨발에다

            노조원 옷과 한총련 흰색티가 전부다.

              19:30경 800여명의 공공노조 산하 노조원들이 모여들었다. 시위가 시작되었다.

            많이 한 시위가 아니라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만

            보아서 인지, 오늘의 시위는 그렇게 힘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1시간 30분여의

            시위를 끝내고 해산했다.

 

5월10일(월) - 08:00 성당 마당의 보도 공사가 시작됐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다듬질의

            쇳소리가 들린다.

              한총련의 천막이 비어있다. 어찌된 일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 천막을  

            둘러 보며 물었다. 대부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말도 안했는데 어찌

            알겠는가? 한 천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제 우리와 송별회를 했습니다. 약간의

            술도 함께 했습니다. 다시 이곳에 오지 안을꺼라 하던데요.' 남아 있는 한총련

            학생에게 물었다. 그 학생은 '아닙니다. 20여명 그대로 있어요. 지금 선전전하러

            지하철을 타고 있을 겁니다. 오후에는 모두 돌아옵니다.' 아마도 학생들이 또

            바뀔려는 모양이다. 이번까지 3차였으니, 이제 4차가 들어오겠지? 그럼 또 새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 휴-----.

              지하철 노조 부위원장을 잠시 만났다. 부위원장도 단식 중이라 했다. 건강을

            유의해야 하는데..... 상황의 진전이 있느냐고 묻자, 웃긴 하지만 썩 밝은

            웃음은 아니다. 오늘도 모종의 만남이 있을 것이란다. 오늘의 만남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하느님! 오늘 모처에서의 모종의 만남이 좋은 결실을 맺도록 이끌어 주셔요.

            (**가끔, 정확한 이름이나, 장소, 또 누구의 천막인지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같아서다.

             여기의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양해를 바라며..........)



36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