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나두 타임머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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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희 [wsophia] 쪽지 캡슐

2001-10-31 ㅣ No.8524

 

나두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면.....

 

거의 삼십몇년전

 

어느 시골 국민 학교 관사에

 

부모님과 육남매가 살고 있다

 

학교 바로 뒤에 관사가 붙어 있기에

 

마루에서 발꿈치를 들고 보면 교무실의 내부가 보인다.

 

저녁 아버지의 퇴근을 알리는 기침소리와 함께 우리

 

육남매는 각자 자기가 맡은 청소가 잘 되었는지 검사

 

맡아야하기에 긴장을 한다

 

닦아놓은 마루위에 흙 발자욱이 찍혔다가는 모두 불려나가

 

누구의 발자욱인지 검사를 받은 후 다시 씻고 와야 한다

 

범인(?)은 언제나 막내 개구장이 남동생이다^^

 

어머닌 학교 텃밭에 상추나 쑥갓을 심기도 하시고....

 

그땐 농약이 없는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고 살았다.

 

어쩌다 동네에서 도야지를 잡으면 고기를 먹고.

 

어머니께서 시장에라도 갔다 오시면 생선 반찬이 상에 오른다.

 

계란도 어머니 께서 닭을 두마리 정도 키우셨기에

 

닭이 꼬꼬댁 꼬꼬꼬 하며 알 낳은 걸 알리면 둥지에

 

가서 꺼내오는게 무척 재미가 있었다.

 

농사는 짓지 않았지만 토끼도 기르고 개도 길렀다.

 

하루는 급사 아저씨가 검둥이 독구를 감나무에 매달아

 

때리는 걸 보며 멍멍탕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을 나이 이므로

 

어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충격으로 느낀 적도 있다.

 

선생님들은 그걸 맛있게 드셨으리라....

 

우리 형제들은 얼마나 슬퍼했던지......

 

그리고 방학이 제일 싫었다. 학교가 동네와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

 

방학이면 친구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므로 심심한게 싫었다

 

맨날 학교에서 풍금치고  덕분에 피아노는 배우지 않았지만

 

일학년에서 육학년까지의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를

 

마스터 할 정도로 치고 또 쳤다

 

칠판에다 낙서도 하고 그리곤 운동장에 나가 그네타며 놀고...

 

그때는 공기 놀이를 아주 조그만 돌들을 주워다가 했다

 

씻어 가지고는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했다.

 

하루는 방학인데 셋째언니 친구가 놀러 왔다. 반가웠다.

 

언니는 마당에 사각을 그려 사방치기를 했다

 

나두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두 끼어서 했다

 

언니가 방해 된다며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했다

 

언니가 화가 났다 그렇잖아도 지고 있는 터에 내가

 

방해를 노니 약이 오를 대로 올라 갖고 있던 돌을

 

나에게 던졌다.

 

내 머리에선 피가 났고 동네 약국에 가서 몇바늘 꿰멨다

 

저녁 언니는 들어 오지 않았다. 아버지께 혼날까봐....

 

나가보니 언니가 풀죽은 모습으로 학교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되게 미안했다. 언니는 안들어 오려고 했다.

 

언닌 내가 피할줄 알았단다. 난 언니가 설마 던지랴 했는데....

 

억지로 같이 들어왔고 아버진 크게 혼내진 않으셨다.

 

둘째언니도 내게 흉터를 두개나 남겼다 시이소를 타다가 턱을

 

깨지게 했고. 나를 업고서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 가다

 

미끄러지는바람에 나는 데굴 데굴 굴러 남의 집 마당에 떨어졌을땐

 

기절을 했다가 한참만에야 깨어났다. 이마엔 흉터만 남고...

 

아버지의 월급으로만 살아야 했기에 언제나 풍족하진 못했다

 

옷은 언제나 세 언니가 입던걸 맨 마지막으로 물려 입었기에

 

재봉틀로 누비고 누벼서 입었다

 

동네 방앗간하는 부잣집 친구가 입은 쫄바지에 예쁜 티셔츠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한번은 어머니가 사다 준 골덴 바지,저고리를 얼마나

 

좋았던지 아끼느라 몇번 입어 보지도 못하고 작아져서

 

못입었다.

 

큰언니와 오빠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중학교만 되면 우린 부산으로 유학(?)을 갔기에 같이 살았던  

 

기억이 없었다.

 

내 남동생은 여름에 미꾸라지를 참 잘 잡았다

 

비온 뒤 떨어진 소쿠리 하나를 들고 나가면 주전자에

 

하나가득 잡았다

 

난 언제나 주전자를 들고 다니던 역할을 했다.^^

 

그때 어린 생각에 아버지는 동네에서 높은 사람 같은데

 

왜 부자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가 그립다

 

한 방에 이불 하나에 부채꼴로 누워 자던 그때가..

 

사계절을 확연히 피부로 느낄수 있었던 그때가...

 

너무 길었지여?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람에 그만...

 

좋은 시간 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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