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강론]성모승천대축일

인쇄

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2-08-17 ㅣ No.2938

성모 승천 대축일                                                        2002. 8. 15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상에는 아름다운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옥같은 단어들이 존재합니다.

별로 아름답지 않던 단어들도 시인을 통하여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배운 사람이건, 배우지 못한 사람이건,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돈 많은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모든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말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친숙하고 친밀한 단어입니다.

 

이 단어만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포근히 잠들고 싶기도 합니다.

가슴이 아려오기도 하고

또 종종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바로 "엄마", "어머니" 라는 말입니다.

 

채 바다 님은 ’어머니의 눈물’ 이라는 詩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어머니 일생은 눈물이었다

반가운 사람 만나도 눈물이었다

 

어깨를 쓰다듬고

안아 주실 때도

눈물이었다

 

눈물로 일생을 사신 어머니

어머니 손수건은 눈물이었다

 

한강을 퍼 올렸어도

그만한 눈물 되었을까

 

어머니 눈물은

가장 진실한 언어

고귀한 사랑이었다

 

그 눈물 9할이  나를 키웠다

 

오늘 전 세계의 교회는 어머니 마리아의 승천 축일을 지냅니다.

우리에겐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 외에 또 다른 어머니가 한 분 더 계십니다.

우리에게 신앙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시고,

하루하루 당신의 아드님께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어머니 마리아가 바로 그분입니다.

육친의 어머니나 신앙의 어머니나 두 분에게는

눈물과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눈물과 고통 없이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노래합니다.

"어머니, 그 눈물 9할이 나를 키웠습니다."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의 볼에 자신의 까칠한 볼을 부비며,

아들과 눈 한 번 맞추어 보려는 어머니의 숯검정 타는 듯한 마음은

아들의 십자가 죽음을 속절없이 바라보아야만 했던 마리아의 찢어지는 마음과 닮았습니다.

 

숨을 거두시기 직전 어머니의 피눈물을 내려다 보며

주님께서도 똑같은 생각, 하지 않으셨을까요?

"어머니, 그 눈물 9할이 나를 키웠습니다."

 

성모 승천은 마리아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동화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리아의 고통과 눈물이 하느님께 받아들여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고통과 눈물이 하느님께 받아들여지리라는

신앙과 희망을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큰 일을 해 주셨듯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도,

특히 크나 큰 고통 중에 있는 어머니들에게도

큰 일을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이 우리에게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드님의 탄생에서 십자가 죽음까지

눈물과 고통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마리아였지만,

마리아는 아드님의 탄생 전에 이미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해 주셨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합니다!"

 

고통 중에서도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큰 일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믿음이 어머니 마리아를 아드님의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걷도록 해 주었고,

십자가 밑에서, 비록 힘겨웠지만, 쓰러지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 어머니 마리아가 오늘 우리들,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 딸들을 위하여,

우리 자신의 신앙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고 계십니다.

 

"어머니, 당신의 그 눈물 9할이 저희를 키우십니다!"

 

 

 



16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