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나에게 소중한 것... 소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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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욱 [hyok] 쪽지 캡슐

2000-03-21 ㅣ No.2105

항상 굿뉴스에 들어와서 매일 올라오는 여러 글들만 읽다가

정말 오랜만에 몇자 끄적여봅니다.

한두명이 읽는 글이 아닌지라 왠지 걱정도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이고해서

계속 글을 안올렸었는데 이제 그런 엉뚱한 걱정따위는 버리렵니다.

 

요 며칠 아주 무시무시한 병에 시달려서 집에 계속 누워 있었습니다.

그 지독한 독감에 걸려서 온몸에 열을 안고, 끙끙대며 정말 오랜만에 아주 충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얼마전부터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문득 다시 들더군요.

지지난주에 알바를 하러 잠시 서울을 떠나서 지냈었습니다.

단 1주일간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생각이 많이 난건 내 자신의 현재 모습과 미래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가장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 방황으로 시작된 나의 백수생활...

그 방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준 상처, 실망...

그리고 백수생활에 대한 댓가...

그 댓가와 상처는 나에게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온 듯 합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글로 적는 내 생각들조차도 그 허비했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얻은것이니까요.

전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지금 내가 하던 일만 어떻게 잘 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지내왔나 봅니다.

그곳에서 누군가 묻더군요. 꿈이 뭐냐고...

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전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나이 22개나 먹어서 꿈이 없다는게 스스로도 참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꿈이 있다고 한들 지금 내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기때문에...

문득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

언제나 우유부단하고, 끝마무리 없고, 이리 이끌리고 저리 이끌리고, 내 감정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런 제 모습이 싫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이 착하다고 느껴지나 봅니다.

싫다는 말 안하고, 하자는대로 다 하고...

결코 자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의 의사가 뚜렷하지 못해서 그런 것들을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님!!!)

우선은 이런 소심한 저의 성격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생각은 했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쉽사리 옮기지 못했던 나의 행동들...

이제 미친 척 하고 그런 저의 성격들을 뜯어 고쳐볼랍니다.

생각을 먼저 바꿔야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씩 강해져가는 제 모습이 느껴집니다.

과거에 내가 어쩔 수 없었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깨끗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라고

그렇게나 많이 아팠나 봅니다.

항상 머리속으로만 하던 다짐들... 이제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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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올리는 글에 몇몇 사람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할까 합니다.

 

먼저 이 글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볼 수 있는 준범이...

항상 나에게 뭔가를 깨우쳐주려고 하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조심스러웠던 충고들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 중고등부의 아름다운 근육의 소유자 혜연이...

지난 1년동안 같이 교리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곤 했는데

나의 방황으로 인해 그때보다는 조금은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

나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해준 너에게 난 실망만 안겨준 것 같다.

미안하고 남은 기간동안 같이 열씨미 중고등부 이끌어나가자. OK?

자기가 맨날 장혁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우기는 상림이...

너 역시 날 많이 믿고 의지했던 것 같은데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

내가 생각을 바꿔먹은 이상 꼬투리 잡힐 때마다 너 깨버릴꺼니까 각오 단단히 하길...^^

내가 기도할 때만 꼭 이상한 소리를 내는 현정이...

이제 곧 중고등부를 떠나가는구나.

너랑은 아직 제대로 친해지지도 못한것 같은데 아쉬운 작별이라니...T_T

교사회 그만둬도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자.

둘이 만나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테니 교사회 사람들 다 같이 만나자.

자신의 길을 찾아 잠시 교사의 길을 접어둔 광회...

아르바이트 하며서 심심하다고 놀러오라고 맨날 전화하는 광회...

고민있을 때나, 기분 좋은 일 있을 때나 언제나 나랑 술 한 잔 같이 마시고 싶다고 조르던 녀석인데 형이나 되가지고 술 한 잔 제대로 사주지도 못하고...

그래도 네가 지금 열씨미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마음이 놓인다.

조만간 같이 술 한 잔 하자. 형이 살께.^^

우리 교사회에 신입으로 들어온 수명이, 광표, 인영이, 미현이...

교사회 들어온지 2~3주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어색한 감이 있다.

앞으로 같이 잘 지내보자. 교사생활 열씨미 하고...

특히 미현이는 재수하면서 하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하게 생활해야 할꺼야.

나도 너희들 보기에 부끄러운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께.

교사회 들어온거 정말 고맙고, 축하해.

이 글을 영원히 읽지 못할지도 모르는 친구 두명...

6월 되면 군대간지 딱 1년째되는 친구 준수, 봉균...

가장 친하다는 친구라는 놈이 어째 1년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편지 한통 안쓰고...

휴가나와도 아무것도 못해주고... 마음 많이 상했을꺼야.

미안하고, 그래도 가장 친하니까 이럴 수 있는 것 같다.

몸은 같이 있을 수는 없지만 너희 둘을 위해 진심어린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하마.

마지막으로 나에게 아주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아름다운 세희...^^

너한테는 그저 모든게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하다고 네가 장난스런 질문을 던질때처럼

나도 네가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할때가 많어.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서로 맞추어가는 사람인 것 같아.

 

 

이름이 적히지 않은 사람들은 실망하지 마시길...

안그래도 글이 길어졌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을 방지하기 위해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고덕동 여러분들의 마음에 항상 평안이 가득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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