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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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미 예 수 님 !
대의원 선거
선거 때가 되면 시골 양반들 경기가 좋아진다. 입후보자가 선심을 쓰느라고 관광 버스를 전세 내서 설악산, 성류굴, 전등사, 판문점 등 이름이 있다 하는 데는 다 모시고 간단다.
막걸리 집에서는 니나노가 그치질 않고 다방 아가씨는 커피 팔기 바쁘다. 바빠서 나쁜 게 있는가 ! 바쁘면 다 좋다. 그런데 난 요즈음 경기가 좋은 데도 골치만 아프다. 대의원 선거가 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얼마나 하는 것이 대의원인지도 잘 모르는 무뢰한인데다 출세 한번 해보겠다고 신자가 한 사람 나섰는데 또 한 사람이 나도 해 볼세라 나섰으니 골치가 안 아플래야 안 아플 수가 없다. 이건 각본에 있는 아픔이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가 아픈데 하루는 "미사 예물입니다. 미사 좀 드려 주십시오" 하고 한 사람이 나섰는데 또 한 사람이 나도 질소냐 하며 미사 예물을 갖고 왔다.
신부가 "미사 못 드립니다" 하려면 허리가 부러지던지 맹장이 터지던지 해야 하는데 몸은 쌩쌩하니 미사를 안 드릴 수도 없고 해서 미사 예물은 받았다. 두 사람이 다 "제가 대의원 되게 해 주십시오" 하며 미사에 와서는 열심히 기도를 할텐데, 분명한 것은 대의원은 하나밖에는 될 수 없는 처지이니 분명히 하나는 떨어질텐데 생각하면 참 안쓰럽기만 하다.
한 명 뽑는 대의원에 다섯 명이 나섰으니 만일 신자 둘이 다 떨어진다 하면 두 사람이 다 "에이, 하느님은 기도도 안 들어주셔." 할테고 어느 하나가 된다면 한 사람은 "에이 하느님은 내 기도는 안 들어주시고…" 할 판이다.
신앙 약한 사람은 신앙이 밑둥치부터 흔들흔들 하는 판이다. 이런 때에 하느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셔야 하겠는가 ! 그들이 "주님의 뜻대로 되어지이다" 하며 기도한다면 하나도 걱정할 것이 없겠는데 인간의 욕심이란 어디 그러할는지…
<신앙의 대화>
연약하고 무기력한 우리에겐 청원의 기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 주장만 내세우는 기도는 어느 의미에서 기도가 아닌, 청원이 아닌, 이기심의 발산이다. "믿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무엇이나 다 들어주겠다" 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믿는 마음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믿는 마음이란 나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아닐 것이다. 주님을 먼저 생각하고 "주님께서 이 기도를 타당히 보실 것인가" 하는 확신을 얻었을 때 비로소 믿는 마음은 시작되는 것이겠다.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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