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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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11-01 ㅣ No.2392

초등학교 1-2학년이거나 아니면 유치원에 다닐지도 모르는 여자 아이 두명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얘! 아무개 어때?"

질문을 받은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어, 잘 생기긴 했는데, 대빵 개구장이야"

 

운동장에서 중학생들이 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싸늘한 날씨에도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뛰고 던지고 치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씩씩해 보이고, 활기있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을 중풍에 걸려 한 쪽 손과 발을 못쓰는 할머니를 운동시키기 위해 할아버지가 힘겹게 부축하고서 운동장을 계속 걷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들과 싸늘한 바람 속에서 할머니를 부축하고 지나가시는 할아버지가 가을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나뭇잎들이 힘을 다하고 땅으로 떨어지듯이 그렇게 힘을 다하고 저물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뒷모습이 아름답기위해 지금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서로 부축하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뒷날은 열심히 운동하는 아이들 속을 당당히 걸을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나와 함께 가을을 맞이할 사람을 위해 지금 봄날을, 그리고 한여름을 서로 감싸주면서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면서 화이팅을 외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참 보기 좋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서로 부축하면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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