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신성국신부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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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4-06 ㅣ No.3930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 하고 기원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소서

 

.....

 

한 사제가 이라크의 인간방패로 떠나셨습니다.

아마도 지금 이순간 이라크 어느 땅에 머물러 계실지 모릅니다...

 

....

모두의 추천과 인지도를 등에 업으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가 알아주어서도 아니었습니다...

 

....

오늘 예수께서 자신의 수난의 잔을 마시고자 하시는 순명과...

타인을 위한 죽음을 앞둔 그 분의 고뇌속에..

 

....

..저 또 다시 엎드려 울고 만 것은...

나 자신.. 당신을 닮고자 그렇게 노래하면서도,

결고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 자신이 미워서 입니다.

 

....

한 사제가...형제를 끌어안고자 죽음의 잔을 높이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놓고 말합니다..

 

아아~~

그가 명예를 원한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당신은 명예와 생명을 맞바꾸냐고 따질 것입니다.

 

그가 자신의 이념을 위해서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이념과 당신의 피를 맞바꿀 수 있냐고 멱살이라고 잡고 싶어졌습니다.

....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

그 길을 지금 예수의 한 제자가 외롭게 가고 있음을..

떠들고 싶어 목이 메입니다.

 

그 분이 바그다드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신 박 노해 시인이 남긴 글을 올립니다..

 

....

 

그러나 신부님의 가슴은 뜨거웠고 결심은 단호했습니다.

이미 자신을 평화의 제단에 봉헌하기로 결단한 자의 비장한 마음이었습니다.

 

"나는 부당한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라크인들 속에 무조건 함께 있고 싶습니다.

한국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이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결정한 것은 이해하지만,

사제로서의 제 양심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아버님은 베트남 전 때 미군의 통역장교로 4년을 복무했습니다.

그 빛나고 멋있던 아버지는 전쟁 4년을 치르고 돌아오자 40년간 전쟁 후유증을 앓으며 파괴되어 갔습니다.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과 친지, 이웃 모두에게 전쟁의 상처를 뿌렸습니다.

승자건 패자건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참혹하게 파괴하는 지를 저는 겪어 봤습니다."

 

"한국 천주교는 지금 위기입니다.

 우리 사제들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쳐 기도하고 싶습니다.

 사제들이 물질의 안락과 평화를 누리면 무엇으로 이런 전쟁을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보장되고 나름의 영향력을 가진 사제가 왜 청빈, 정직, 나눔을 실천하지   못할까요? 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할까요?

’행동이 없고 삶이 없는 신앙’ 은 이미 죽은 신앙이고,

 고통의 현장을 외면하는 사제는 더 이상 사제일 수 없습니다."

 

신부님은 엊그제 주일 날 혼자 미사를 드렸다며, 오늘 저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갈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대신 미사주를 함께 나눠 마시고자 제안했습니다. 죽음의 전쟁터로 떠나는 한 사제가 낯선 아랍 땅에서 홀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떠올리니 그만 눈이 젖어왔습니다.

 

신부님은 가련한 미군들의 영혼에도 축성하고 영성체를 나누려 한다며, 영성체 떡과 포도주를 배낭에 챙겨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제복과 미사복이 없었습니다.

 

세상에 내보이는 권위의 상징인 사제복과 미사복 한 벌 챙길 틈도 없이 떠나온 우리 신부님. 저는 사제복은 못 챙겨도 영성체를 모셔온 그 마음이 만져져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신부님은 검정 쉐타에다가 흰 천을 잘라 직접 바느질한 옷을 사제복으로 입고 있었습니다.

 

                                                      -- http://www.nanum.com --

                                                         (박노해시인홈페이지)

 

....

아버지...

 

정말 그에게..,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그에게..

당신의 아드님에게 해 주신 것처럼..

’내 사랑하는 아들’..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해 주소서..

 

정말 그에게 오늘 당신이 하신 말처럼..

"내가 이미 내 영광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드러내리라." 는 말을 해 주소서,,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당신이 정말로 살아계신 이임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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