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아이들을 키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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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1-04-17 ㅣ No.2293

부활절 전 날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예수님의 십자가처럼(?) 짊어지고 퇴근을 하자마자 마님의 지엄하신 엄명이 있었습지요.

큰 놈을 데리고 안과에 가보라는.....

점심 상을 받아놓고 큰 놈과 마주 앉아서 애비의 잔소리가 시작 되었지요.

’애비가 너의 눈이 나빠질가봐 3파장 스텐드도 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 것을 켜지도 않고 숙제를 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고, 컴퓨터도 적당히 하라는 엄마, 아빠의 충고에 너는 매번 조금만 더 라며 억지를 쓰면서 오락게임을 하다 보니 이렇게 눈이 나빠진 것 아니냐?

앞으로 오락도 하지 말고 , 텔레비젼도 보지 말며, 숙제를 할 때에는 반드시 스텐드를 켜고 보라는 지엄하신 명령에 이눔의 시키 하는 꼴 좀 보소,

지 방으로 들어 가더니 문을 쾅! 닫아 버리는기라,

이 애비가 누군가 그 옛날 공수교육대에서 조교 생활로 군대생활을 마무리한지라, 불호령이 떨어 졌지라.

’ 이눔의 시키 어디서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냐? 빨리 나오지 못해? 강제로 밥상 머리에 앉히기는 했는데, 이눔의 시키 하는 꼴 좀 보소, 물을 한 컵 착 들이켜더니 애비 앞에다가 물컵을 착 놓는데 복사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아니라 그야말로 망아지처럼 쾅 하고 놓는기라,

그라면 애비 열 받제....

’너는 오늘 주일 학교도 갈 필요 없고, 내일 모래부터는 학교도 갈 필요도 없는기라. 나는 너같은 누무 자식을 키운 적이 없으니까 , 앞으로 너 마음대로 살고 이 시간 이후로는 애비를 애비라 부르지도 말아라’ 라고 열통 터지는 한 마디를 내뱉고 어제 저녁부터 먹은 것이 없어서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지고 제 방으로 들어갔지라.

어렵게 얻은 자식인데 이제 머리가 좀 큰 다고 애비를 우습게 아는데 대한 서운함과 앞으로도 이런 버릇을 그대로 둔다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 되겠다는 걱정스러움으로 눈을 감고 있는데 , 우리집 마님께서 큰 눔을 구슬렸는지 어느샌가 얼핏 잠이 들었는데 "아빠 잘못했어요". 라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못 들은 척.....

다음에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빠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라고 울먹이며 말하는 큰 눔의 시키 말에 애비는 한 없이 약해졌지요.

’그래 앞으로는 오락을 많이하지 말고, 책을 볼 때도 꼭 스텐드를 켜고 보렴."라고 말하는 애비의 심정은 내가 어렸을 때도 부모님이 똑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키우시지 않았나 생각해 보면서, ’그래 주일 학교 잘 다녀 오구 빨리 와서 아빠랑 사우나를 가자꾸나 약속을 했는데, 이눔의 시키가 주일학교를 마치고도 한 참 늦어서 오기에 ’왜 그리도 늦었느냐?’ 라고 묻자 " 안 믿는 사람들에게 부활계란 나누어 주느라고 늦었다’는 변명에 그만 이 애비는 지기로 했지요.

사우나를 가서 두눔의 시키들이 애비의 등을 밀고 애비는 두눔의 시키들을 교대로 밀어 주면서 , 옛 어른들이 하신 말씀 중에서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 예수님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라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지요.

어떤이는 꼭 보아야 믿겠다고 하고, 어떤이는 믿기는 하겠는데 긴가 민가하다고 이야기 하고, 첫 닭이 울기까지 세 번이나 배반했던 베드로처럼 믿기는 하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당히 액세서리로 믿고 싶어하는 이도 있는 것 같지만, 그분은 한결 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대하시고 계심에 , 그분은 우리들에게 어둠 속에서 빛으로 오신 분이시기에 죄 많은 우리를 위하여 회개하기를 늘 기다리시고 계심을 큰 눔과의 갈등관계 속에서 깨우치게 해주심에 진정 감사드릴 뿐입니다.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아직 하느님을 모르고 방황하는 많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비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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